이민자와 다국적 선수들로 월드컵 예선 첫 승점 거둔 코소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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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은 코소보의 새로운 영웅이다."

하심 타치 코소보 대통령이 6일 핀란드 투르쿠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유럽 지역 예선 I조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 자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을 이렇게 치하했다. 코소보 축구대표팀은 원정 경기로 치른 월드컵 예선 1차전에서 핀란드와 1-1로 비겼다. 독립 후 처음 나선 월드컵 예선에서 승점 1점을 따낸 대표팀을 향해 타치 대통령은 "마치 이긴 것 같은 느낌이다. 당신들은 최고다. 당신은 이길 것이다"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내전을 치르고 2008년 세르비아에서 독립한 인구 180만의 나라 코소보는 지난 5월 국제축구연맹(FIFA)에 가입해 핀란드를 상대로 처음 월드컵 예선 경기를 치렀다. 코소보는 전반 18분 핀란드 수비수 파울러스 아라주리(레흐 포즈난)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후반 15분 페널티킥을 얻어낸 뒤 발론 베리샤(잘츠부르크)가 이를 침착하게 넣어 동점골을 기록했다. 코소보는 남은 시간동안 핀란드에 골을 내주지 않고 역사적인 월드컵 예선 첫 승점을 땄다.

코소보는 지난 5월4일 유럽축구연맹(UEFA) 총회에서 찬성 28표, 반대 24표로 가까스로 가입 승인을 받은 뒤, 열흘 뒤에 FIFA 총회를 통해 FIFA까지 가입에 성공했다. FIFA는 원칙적으로 성인 대표팀에서 활약한 선수가 국적을 바꾸는 것을 허용하지 않지만 코소보의 경우는 특별 규정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선수 수급도 진행했다.

그러나 경기 시작 직전까지 정상적인 경기를 치르지 못할 뻔 했다. FIFA가 코소보로 국적 변경을 신청한 선수들에 대한 승인을 경기 시작 5시간 전에서야 진행했기 때문이다. 선수 승인 문제에도 착실하게 첫 경기를 준비한 코소보 선수들은 원정 경기였음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번 경기를 위해 대표팀을 꾸린 선수 23명 중엔 대부분 알바니아, 독일 연령별 대표 출신들로 구성됐다. 동점골을 넣은 베리샤는 노르웨이대표팀에서 19경기를 뛴 이력을 갖고 있다. 코소보 이민자 출신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난 베리샤는 2014년 코소보축구협회의 제안을 받았고, 이번에 처음 코소보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치렀다. 베리샤는 "삼촌이 코소보의 첫 골을 부탁했다. 내가 해냈다"며 활짝 웃었다.

그밖에 아미르 라흐마니(디나모 자그레브), 알반 메하(알 나스르) 등 6명이 알바니아 대표에서 코소보로 국적을 바꿨다. 미드필더 발미르 슐레마니(하노버96)는 독일 17세 이하 팀과 알바니아 21세 이하 팀을 경험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공격수 알베르트 부냐쿠(생갈렌)는 스위스 대표로만 6경기를 뛰었고, 미드필더 시난 비티키(고어헤드 이글스)는 오스트리아 연령별 대표팀 출신이다. 23명 선수들은 모두 소속팀이 달랐다. 선수들이 소속된 리그 숫자만도 13개나 된다. 알베르트 부냐키 코소보 감독은 "역사적인 경기를 치렀다. 팀 전체가 강인한 색깔을 드러낸 것에 대해 매우 기쁘다"면서 "우리는 이 순간을 잊지 않고, 우리의 리듬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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