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세 홍콩 우산혁명 주역, 최연소 의원 당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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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홍콩 입법회 의원 선거에서 역대 최연소로 당선 된 우산혁명의 주역 네이선 로(가운데). [AP=뉴시스]

지난 4일 치러진 홍콩 입법회 의원(한국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네이선 로(羅冠聰·23) 데모시스토당 주석이 역대 최연소로 당선됐다. 로는 2014년 홍콩의 대규모 민주화 시위인 ‘우산혁명’을 이끈 학생 지도자다. 5일 AP통신에 따르면 로는 6석이 걸린 홍콩섬 지역구에 출마해 5만818표를 얻어 2위로 당선됐다. 로는 1991년 선거에서 28세로 당선된 제임스 토(塗謹申)의 최연소 기록을 5년 앞당겼다. 로는 “홍콩의 미래를 논의하는 것이 차기 입법회의 주요 역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3월 데모시스토당을 창당하며 10년 내 홍콩의 미래를 결정할 국민 투표 실시를 주장했다.

네이선 로 등 청년들 선거서 약진
투표율 58%…홍콩 반환 후 최대
자치파, 거부권 가능 의석 확보

2014년 홍콩 링난대(嶺南大) 총학생회장었던 로는 대학 학생회 연합체인 홍콩전상학생연회(香港專上學生聯會·HKFS)의 상무위원으로 중·고교학생운동단체 학민사조(學民思潮) 설립자 조슈아 웡(黃之鋒·19) 데모시스토당 비서장과 함께 2017년 열리는 홍콩 행정장관 선거의 완전 민주화를 요구하는 우산혁명 시위를 주도했다.

당시 우산혁명은 한때 10만 명 이상이 참여하며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당국의 최루탄을 우산으로 막아낸 시위대의 행동에서 ‘우산 혁명’이라는 이름을 얻었고 서방 언론의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경제적 피해를 주장하며 시위에 반대하는 역풍이 거세지면서 동력이 잦아들었고 79일 만에 사실상 종료됐다.

6대 입법회 의원을 뽑는 이번 선거는 총 70석 중 직능 대표 35석을 제외한 지역 대표 35석을 5개 지역구에서 나눠 뽑았다. 중국의 간섭 강화에 불만을 느낀 젊은 층이 투표에 대거 참여하며 로를 비롯해 영스피레이션(靑年新政)당의 식스투스 렁(30) 위원장, 야우와이칭(游蕙禎·25) 등 청년 후보들이 당선됐다. 이런 결과에 대해 로이터 통신은 “홍콩 정치권에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으로부터의 자치권 확대를 주장하는 자치파는 직선 직능 대표 5석을 빼고도 기존 의석 수인 27석을 차지하면서 법안 의결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3분의 1(24석) 선을 넘겼다. 특히 자치파 내에서도 급진파와 친독립파가 모두 8석을 차지해 이번 선거의 최대 승자가 됐다. 반면 여권인 친중국파는 과반은 유지했지만, 기존 의석보다 3석 적은 40석으로 줄었다.

우산혁명 주도 세력이 대거 입법회에 진입함에 따라 향후 중국 당국의 대(對) 홍콩 정책이 달라져 양측의 마찰이 심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홍콩 정치분석가 윌리 램은 AFP통신에 “선거 결과에 실망한 중국이 홍콩을 더 강하게 조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젊은층의 적극적인 투표에 힘입어 이번 선거엔 홍콩 유권자 380만 명 중 약 220만 명이 참여, 투표율 58%를 기록했다. 1997년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가장 높은 투표율이다. 투표소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공식 투표 종료 시간(4일 오후 10시 30분)을 훌쩍 넘긴 5일 오전 2시 30분까지 투표가 진행됐다.

정종문 기자 pers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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