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순환로 개통 두 달…연결로 더 막히고 밤엔 140㎞ 폭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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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7시 강남순환로 선암요금소로 진입하는 차들과 과천 중앙로 방면으로 향하는 차량이 양재대로로 몰리면서 극심한 정체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 김경록 기자]

5일 오전 8시20분 서울 서초구 우면동 선암지하차도 안. 서울 양재 방면 편도 2차선 도로가 정체현상을 빚으면서 지하차도 안에는 빨간 브레이크등(燈)을 켠 차들이 줄지어 서있다. 선암지하차도는 경기도 과천을 가로지르는 중앙로와 서울 서초·강남을 잇는 양재대로가 연결되는 지점인데 출퇴근시간이면 어김없이 이 같은 정체가 발생한다. 정체는 선암지하차도부터 현대·기아자동차 본사 사옥 인근 염곡사거리 2.2㎞ 구간까지 이어졌다. 여기에 선암지하차도 위의 강남순환로를 빠져나온 차량까지 합류하면서 정체가 가중되는 모양새다. 비슷한 시각 과천대로 남태령고개에서 서울 동작구 지하철 2호선 사당역까지 2.1㎞ 구간도 꽉 막혔다. 과천대로는 사당역 인근에서 강남순환로 사당IC와 이어진다.

출퇴근길 순환로 나온 차 몰려
과천·양재 합류 지점 정체 가중

서울 서남부지역의 상습정체를 완화하기 위해 일부 구간이 지난 7월 개통된 ‘강남순환로’ 가 오히려 주변 도로의 정체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별도로 강남순환로가 심야시간대 차들이 과속으로 달리는 ‘아우토반’으로 불리기도 한다. 강남순환로에는 아직 고정식 과속 단속 카메라가 설치되지 않았다. 일부 진입구간 주변지역에서는 소음 민원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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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순환로는 서울 금천구 독산동~강남구 수서동 간 22.9㎞를 왕복 6∼8차로 연결한다. 지난 7월 3일 경기도 광명시 소하동 소하 JCT부터 우면동 선암요금소까지 13.8㎞의 1단계 구간을 개통했다. 전체 구간은 2018년 말 개통 예정이다.

서초구 우면동 선암지하차도~염곡사거리, 과천 남태령고개~사당역 구간은 예전부터 운전자들 사이에서 소문난 상습 정체구간으로 불린다. ‘걷는 게 빠르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자동차전용도로인 강남순환로 1단계 구간이 개통하면서 정체는 한층 더 심해졌다는 것이다. 강남순환로 선암요금소와 사당IC를 각각 빠져나온 차량이 양재대로, 과천대로로 합류되는 도로구조다 보니 병목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운전자 신모(41)씨는 “경기도 안양에서 서울 강남 대치동으로 출근하는데 오히려 강남순환로 개통 전보다 요즘 30분 더 일찍 집을 나선다”고 말했다.

경찰은 1단계 개통 이후 이 같은 문제점이 나타나자 양재·과천대로의 신호주기를 조정했다. 신호가 늘면서 흐름이 다소 원활해졌다고 분석했지만 운전자들이 체감하는 효과는 크지 않다.

정체요인이 되는 것과 별도로 강남순환로가 심야시간대 운전자들이 과속을 일삼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1단계 개통구간에는 고정식 단속카메라가 아닌 이동식 과속단속카메라만 2대 설치돼 있다 보니 일부 운전자들이 과속 운전을 한다는 것이다. 실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강남순환로를 시속 140㎞로 달렸다는 후기가 올라와 있는가 하면 한 30대 운전자는 평균 시속 160㎞로 운전하다 도로교통법 위반 등 혐의로 지난 7월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고정식 과속단속카메라는 일러야 이달 말에나 설치될 예정이다.

일부 구간에서는 소음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광명시는 지난 1일부터 강남순환로 임시 진입로인 소하동 H아파트 앞 도로를 잠정폐쇄 했다. 강남순환로 개통 이후 이를 이용하려는 운전자들이 H아파트 인근 임시도로로 몰리면서 주민들이 소음·매연 등 피해를 호소해 왔기 때문이다.

광명시 관계자는 “주민이 우선이라는 판단에 임시폐쇄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강남순환로 주변 교통체증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고 과속운전을 막을 단속카메라도 설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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