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 부는 민주화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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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북=박병석특파원】자유중국사람들이 큰 관심을 갖고 있으나 좀처럼 입에올리지 않는 것이 장경국총통 (76)의 후계자 문제다.
국민들은 국민당정부가 버스나 공원등 공공장소에 들여놓은 「부론국사」 (국사를 논하지말라)라는 표어를 충실히 지켜왔다. 후계자 문제에서 특히 철저히 지켜왔다.
1927년 고 장개석총통이 중국대륙의 대권을 잡은뒤부터 계산하면 장경국총통으로 이어진 장씨 세습통치는 이미 60년이나 된다.
대만에서 「장총통」은 고유명사라기보다 보통명사화돼 이나라 어린이들은 『나도 커서 장총통이 되겠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금기로 되다시피해오던『장총통될래』 문제는 장경국총통이 스스로 자신의 후계자 문제를거론해 주목을 끈후 당외·잡지등에서는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장총통은 작년8월 미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를 통해 장씨 가족중에서는 후계자가 나올수 없다고 말한데이어 작년12월25일 헌법제정 38주년 기념연설에서 장씨 가족의 승계와 군정가능성을 부인했다.
그는 이날 연설을 통해 『그럴 가능성도 없으며 그런 일이 일어나지도 않을것 (불능불회) 』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장총통은 올봄 후계가능성이 있는것으로 거론되던 그의 아들 효무씨(40)를 주싱가포르대만무역대표부부책임자로 보냈다.
아직도 임기를 4년이나 남겨놓은 시점에서 장총통이 서둘러, 그리고 거듭 후계자 문제를 거론한 것은 올해 76세인 그의 건강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장총통은 심장병과 당뇨병·백내장등으로 여러차례 수술을 받았고 보행조차 불편한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건강과 능력이 미칠때 후계자 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풀어갈 생각을 갖고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총통은 지난3월말 대북에서 개최된 국민당전체회의를 시작으로 「포스트장」시대의 윤곽을 시사하는 몇가지조치를 취했다.
이 국민당대회는 유고때 총통직무를 대행하는 이등휘부총통(63)의 당중앙상임위원회 서열을 9위에서 3위로 승진시켰다.
이부총통은 대만성태생으로 미국에서 농경제학 학위를 받은 학자로 정치색이 비교적 엷은 사람이다.
그는 소수 대륙출신들의 다수 대만본성 통치에 대한 다수 대만인들의 불만을 달래둘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부총통이 헌법상총통직을 계승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가장 크지만 그가 실권을 완전 장악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장총통은 당대회가 끝난직후 국민당최고권력기구인 31명의 중앙상무위원중 12명을선발, 「12인소조」를 구성하고 국내외 중요문제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를 지시했다.
이 「12인소조」에는 이부총통을 비릇, 오백웅 (47·내정부장) 구창환 (61·대만성정부주석) 사동민 (80·손통부고문)등 4명의 대만성출신이 들어있다.
관계전문가들은 장총통은 심중에 이등휘를 차기 총통으로하고 「12인소조」를 뼈대로구성되는 집단지도체제를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하고있다.
그러나 국민당 고위당원인정치대의 L교수를 비롯한 몇몇 사람들은 『장총통 사후에 실질적인 힘을 발휘하는 것은 군부가 될것이다. 군부가 전면에 나서지는 않더라도 군의 지지없이는 누구도 실질적인 통치를 할수 없을것』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또 최근 계엄령철폐등을 주장하며 가두시위를 벌인 당외강경세력에 대한 일부 군부의 불만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귀뜀했다.
이와 관련해 18일 장총통의 이복동생 장위국장군을 국가안전회의 (NSC) 비서장에 임명한 것은 상당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총통직속 기관으로 모든 각료와 군의 최고지도자들로 구성돼 있는 국가안전회의는 국내보안기관을 모두 관장하는 강력한 권력기구다.
당초 장위국장군은 군업무외에는 다른 분야에 관심이 없고 두각을 나타내지 않은 인물로 알려져 후계자 거론때 그리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국가안전회의 책임자로 임명됨으로써 가족에게는 대권을 넘겨주지 않을 것이라던 장총통의 약속이 지켜질 것인지 관심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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