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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트럼프 돌풍 노리는 홍준표…성완종 불법자금 재판에 눈 쏠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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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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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내 다수 인사들이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홍준표(사진) 경남지사의 재판을 주목하고 있다. 홍 지사는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지난해 7월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다. 8일엔 1심 선고 공판이 열린다. 새누리당 관계자들이 이 선고에 각별한 시선을 두는 건 무죄 판결이 나올 경우 홍 지사가 본격적인 대선 경쟁에 뛰어들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갈수록 강한 보수 색채 드러내
무죄 땐 본격 대선경쟁 나설 듯

특히 홍 지사가 지금까지 강한 보수 색채를 드러낸 만큼 “미국 공화당의 대선후보 트럼프처럼 우파세력의 구심점이 되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

홍 지사는 지난 7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트럼프나 (필리핀 대통령) 두테르테는 나라의 위기와 대중의 불만을 소박한 대중의 언어로 표현하고 있을 뿐인데 정치인들이 막말·품위 운운하는 것은 위선”이라고 적었다.

선고일이 다가올수록 홍 지사의 발언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사드 체계 배치 논란과 관련해선 페이스북에 “종북 좌파들이 사드 문제로 대한민국을 흔들기 위해 총결집할 것” “정부는 몇 번이나 좌파들에게 당해봤으면 이제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했다. 사드 배치에 반대해 단식농성을 하던 정의당 소속 여영국 경남도의원의 면전에선 “쓰레기가 단식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야”라고 독설을 퍼붓기도 했다. 홍 지사는 또 지난달 17일 박근혜 대통령 주최 시·도지사 청와대 오찬간담회에선 서울시의 청년수당 정책에 대해 “공짜 복지에 목맨 사람들이 나라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설전을 벌였다.

익명을 요구한 친박계의 핵심 인사는 “홍 지사가 대선 경쟁에 뛰어들 경우 당내 경쟁자들을 ‘어설픈 좌파 흉내를 내고 있다’고 몰아세우며 차별화를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격차 해소와 국민통합 경제교실’을 주도하며 좌클릭하고 있는 김무성 전 대표, ‘한국형 모병제와 생활임금 시간당 1만원’ 등 진보 이슈를 제기하고 있는 남경필 경기지사, 재벌개혁과 법인세 개편 등 ‘따뜻한 보수’를 앞세운 유승민 의원 등과는 180도 달리 보수의 가치를 지키는 후보로 자신을 자리매김시킬 것이란 얘기다. 이 같은 전망에 대해 정작 홍 지사 측은 선고 공판이 코앞에 다가온 탓인지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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