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피할 수 없는 육박전인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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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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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 3번기 2국> ●·스웨 9단 ○·커제 9단

10보(110~124)=11로 젖힐 수밖에 없을 때 대뜸 12로 끊어 험악한 육박전. 피할 수 없는 외길로 이어진다. 어느 한쪽이 막다른 골목에서 벽을 만나면 끝나는 싸움. 쌍방 한걸음도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니 여기서 승부도 끝나는가 싶었는데 20, 22로 잡아야 할 때 23으로 가만히 밀고 나가 중앙 흑 대마의 본진 연결이 가능해지면서 승부의 종착역도 다시 멀어졌다. 좌상 쪽은 가만히 노려보던 커제의 표정이 무겁다. 뒷맛은 고약하지만 당장 별수단은 없다.

이 장면에서 ‘참고도’ 백1로 뛰어 계속 버티는 싸움은 없을까. 여기서는 흑2가 눈에 익은 급소. 백3, 5로 나와봐야 흑4, 6으로 잘 안 된다. 몇 번인가 고개를 갸웃거리던 커제의 손이 우변을 향한다. 남겨진 노림은 있지만 수읽기가 복잡하게 가지를 뻗어 알 수 없는 형국이 될 것 같다. 알기 쉽게 가지치기를 하지 않으면 뻗어나간 가지들이 뒤엉켜 아수라장을 만들 수도 있다. 그건 곤란하다. 불리하다지만 미세한 상황이라 아직은 모험을 할 시기가 아니다. 선각들도 입을 모아 ‘궁하면 손 빼라’고 하지 않던가. 우변으로 한걸음 물러서서 24로 따낸다. 우상 쪽 흑 진영의 문이 완전하게 닫히지 않았다. 경계가 허술한 곳을 먼저 두드려본다.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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