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집값 뛰는 바람에…서울 전세가율 하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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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택의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전세가율)이 5년2개월 만에 하락했다. 최근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 집값이 오름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전셋값은 조정 국면에 들어간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1억짜리 집 전세 6850만원
재건축 많은 곳 더 떨어져

4일 KB국민은행의 ‘8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아파트·단독·연립)의 전세가율은 지난 7월보다 0.2%포인트 하락한 68.5%를 기록했다. 예컨대 1억원짜리 집의 전셋값이 평균 6850만원이란 얘기다.

서울 주택 전세가율이 떨어진 것은 국민은행이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11년 6월 이후 처음이다. 전세가율은 2011년 6월 47.1%에서 5년 만인 올해 6월엔 68.7%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지난 7월 68.7%로 보합세를 보이다 8월에 전세가율이 떨어졌다. 한강 이북 지역 전세가율이 69.9%로 7월보다 0.01%포인트 올랐고, 한강 이남 지역은 67.1%로 0.4%포인트 떨어졌다.

전세가율 하락은 아파트에서 두드러진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지난 6월 75.1%로 정점을 찍은 뒤 7월(74.8%), 8월(74.5%) 등 두 달 연속 하락세다. 특히 재건축 추진 단지가 많은 강남구의 전세가율이 62.2%로, 지난해 6월(61.7%)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서초구(64.9%)와 송파구(67%)도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 반면 강북지역 아파트 전세가율은 지난 6월(78.2%) 이후 석 달째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전세가율 하락은 집값이 강세였던 반면 전셋값은 안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계절적으로 부동산 비수기인 점도 작용했다. 지난달 서울의 주택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38% 오른 데 비해 전셋값은 0.15% 상승하는 데 그쳤다. 올 초만 해도 무섭게 치솟던 전셋값이 안정세를 보이는 이유는 입주 물량이 늘어나면서 전세 물건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전셋값 약보합세를 보이던 송파·서초·강동구가 대표적이다. 임희열 국민은행 가치평가부 팀장은 “새 아파트 입주가 잇따르는 위례신도시, 하남 미사지구 인근 지역에서 전셋값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서울 주택 전세가율이 보합 수준을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매매시장은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오름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전세시장은 경기도로의 이주 수요가 늘고 반전세(보증부 월세) 전환이 증가하면서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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