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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드론처럼 훌쩍 날아오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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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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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 3번기 2국> ●·스웨 9단 ○·커제 9단

9보(102~110)=하변 중앙에 웅크린 흑 대마가 완생의 형태로 확인되면서 전국의 형세는 ‘흑이 좋다’는 게 검토실의 중론. 어쨌든 위태롭게 보이던 흑 대마가 A로 끊어 잡을 수 있는 여유까지 확보하면서 살았고, 무엇보다 상변과 우상귀 쪽에 흑의 주력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중앙 백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상변과 우상귀 쪽 세력이 집으로 굳으면 흑이 나쁘지 않다는 견해다.

그런 배경 때문일까. 3으로 하나 밀어 올리고 5로 상변을 지키는 스웨의 손길이 느긋하다. 커제도 지나치게 실리를 밝히다가 흑 세력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다는 자책이 있었던 것 같다. 좌중앙 6은 강력한 압박. 편안한 국면이라면 ‘참고도’ 백1, 3 정도가 보통인데 흑4, 6으로 쉽게 빠져나가게 해줘서는 재미없는 형세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비교적 취약한 이 일대의 흑을 공격하면서 좌변, 좌하 쪽 백의 실리를 단단하게 굳히고 우상 쪽 흑 세력에 뛰어들 기회를 엿보겠다는 게 커제의 속내다.

7은 절대의 선수인데 드론처럼 훌쩍 날아오른 9가 쉽게 생각할 수 없는 대범한 수. 검토진도 놀랐다. 척후병도 아니고 이렇게 먼 거리로 훌쩍 떨어져 나와 좌상귀와 중앙 흑의 연계라는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까. 아니나 다를까. 즉각 붙여온 10. 노골적인 백의 차단 공략이 시작되는데….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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