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경기에서 다시 등장한 'X'…제2의 릴레사 나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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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지구(28)

두 팔로 머리 위에 'X'를 그리며 조국의 실상을 고발한 에티오피아 마라토너 페이사 릴레사(26)를 잇는 또 다른 마라토너가 등장했다.

에티오피아 출신 에비사 에지구(28)는 지난 29일 캐나다 퀘벡에서 열린 퀘벡시티 마라톤대회 남자부에서 2시간30분40초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때 그는 두 팔을 엇갈려 'X' 모양을 만들었다. BBC는 '에지구는 반정부 시위를 벌인 오로모족을 대대적으로 진입한 에티오피아 정부에 항의하는 뜻에서 이같이 행동했다'고 30일 소개했다.

에지구의 X자 세리머니는 지난 21일 리우 올림픽 남자 마라톤에서 2위(2시간9분54초)로 들어온 릴레사의 행동과 같았다. 에티오피아 오로미아 지역에서 반정부 시위에 나선 주민 1000여 명이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인해 죽거나 투옥된 것에 대한 항의 메시지였다. 그는 "에티오피아 정부가 국민들을 죽이고 있다. 정부의 폭력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올림픽이 끝난 뒤 에티오피아 정부는 "렐레사를 영웅으로 대접하겠다"고 밝혔지만 신변의 위협을 느낀 그는 고국에 돌아가지 않고 있다. 올림픽에서 정치적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릴레사의 행동에 경고 처분을 내렸지만 메달은 박탈하지 않기로 했다. 소수민족 인권연대기구인 UNPO는 "릴레사의 망명을 돕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조성한 결과 13만6000달러(약 1억5200만원)가 모였다"고 밝혔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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