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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중 8개 업종만 우선 적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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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와 민정당은 당초 88년부터 실시키로 했던 최저임금제를 6개월 앞당겨 87년7월부터 실시키로 하고 최저 임금법을 올 가을 정기국회에서 제정키로 했다.
이는 그 동안「선 성장 후 분배」라는 경제정책에 따라 뒷전에 밀러있던 근로자복지문제를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최저임금제는 노동시장의 수요·공급원리에 따라 결정되는 임금이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외해 정부가 임금의 하한선을 설정해주는 제도다.
1894년 뉴질랜드에서 처음 실시된 최저임금제는 지금은 개발도상 70개국을 포함, 전세계 94개국에서 실시되고 있다.
최저임금은 어떻게 정해지며, 시행에 따른 문제점은 무엇인가를 알아본다.
◇도입배경=80년대 들어 저임금과 소득분배문제가 근로자의 중심적 과제로 부각되면서 최저임금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정부는 이제 국민소득의 지속적 증가에 따라 저임금 근로자가차지하는 비율이 크게 낮아졌고(86년1월 현재 통상임금 10만원 미만 근로자는 16만3천명으로 전체근로자의 2·0%. 10인 이상 제조업체 근로자의 8.9%에 해당) 이에 따라 국제경쟁력 저하나 기업의 인건비 부담 등을 우려할 필요가 적어졌으며, 학계·사회단체·정치단체 등에서도 이를 강력히 주장, 미룰 수 없게 됐다.
특히 국제적으로는, 최저임금제가 실시되지 않아 저임금에 의한 노동권 침해와「소셜 덤핑」(social dumping)이라는 인식을 받고있다는 것도 정부가 이를 서둔 이유의 하나로 지적된다.
◇임금결정=노동부가 마련한 실시방안은 우선 이 제도가 물가상승·고용감퇴·대외경쟁력 약화 등에 미칠 영향을 감안, 업종에 따라 제한적·단계적으로 이를 적용키로 했다.
적용범위를 보면 첫째는 제조업의 27개 업종 중▲의복▲신발▲완구등기타제조업▲도기·자기·토기▲고무제품▲섬유▲가죽·모피▲광학계측·조정용기 등 8개 업종으로 한정한다는 것. <표 참조>
또 대상근로자도 견습공·직업훈련 중은 제외, 18세 이상의 정규근로자로 한정하며, 5인 이상의 사업체에만 국한시킨다. 이에 따도86년1월 현재 수준으로 보면 최저임금을 10만원으로 할 경우 적용근로자는 전체근로자의 1.4%(11만5천명) 수준에 불과, 기업에 미치는 경영압박은 당장은 크지 않고 고용감소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 노동부 방침이다.
최저임금도 획일적으로 정하지 않고 업종별·지역별 임금격차를 동시에 감안, 해당분야 및 지역평균입금의 40%내외에서 다양하게 결정토록 한다.
업종별·지역별 임금격차가 클 경우는 획일적으로 40%선에서 정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업종·지역별로 최저임금의 하한선과 상한선을 정해주고 그 범위 안에서 노사협의 하에 최저임금을 정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노동부는 내년에 전 산업근로자 임금실태조사를 실시한다.
일본의 경우만 하더라도 1959년 최저임금법제정 당시 최저임금종류가 6백여 가지에 이르렀으며 임금격차가 많이 해소된 지금도 3백여 가지에 이르고 있다.
이렇게 할 경우 임금수준이 특히 낮은 의복·신발·섬유 등의 업종은 다른 업종보다 낮은 최저임금을 받게된다. 또 현행 저임금 개선을 위해 일률적으로 10만원미만 업체에 행정지도를 띠고있는 방식보다 오히려 임금수준이 낮은 중소기업체는 이 제도가 시행되면 임금수준이 낮아질 수도 있다.
최저임금 결정방법은 전국 13개 시·도에 노·사·공익단체대표로 구성되는 최저임금 심의위원회를 구성, 이 의원회가 지역별·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심의 행정부에 건의하면 정부는 이를 토대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절충식을 채택한다.
최저임금의 단위는 일부를 표준으로 하되 시간 당 임금도 표시할 방침이다.
한편 최저임금 경신 시기에 대해서는 1년 단위와 3년 단위 안이 있으나 물가변동 등을 감안, 노사모두가 1년 단위 안으로 기울고있다.
◇문제점=최저임금제의 부정적 효과는 ▲미숙련 근로자의 고용감소 ▲해고되지 않은 근로자의 희생의 대가를 강요할 가능성 ▲직업훈련 등 소위 인적자본에 대한 기업자의 투자의욕 위축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는 산업의 저임금 악화 등을 꼽을 수 있다.
기업에서 최저임금제 도입으로 인한 임금비용 상승을 근로자해고로 상쇄하려해 실업자가 늘게되고, 사람을 스스로 기르는 것보다 다른 기업에서 이미 숙련된 근로자를 스카우트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생각을 갖기 쉽다.
근로자들도 자신의 성의나 노동의 질적 향상·생산성에 등한하고 법적 구속력을 지닌 최저임금을 받기만 하면 된다는 안일한 사고방식에 흐를 수도 있다.
또 18세 이상의 똑같은 정규 근로자라 하더라도 가계를 꾸려나가야 하는 1차적 근로자인가, 가계를 꾸리지 않아도 될 2차적 근로자인가를 고려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만약 일괄적으로 최저임금제를 실시할 경우 저임금근로자 고용기피로 오히려 대부분이 미숙련인 2차 근로자들로부터 적은 임금으로라도 일하고 싶어하는 기회를 박탈해 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기업은 노무비 증가를 생산성향상이나 경영합리화로 흡수치 못할 경우 결국은 제품생산비와 연결, 상품의 가격인상을 가져올 수도 있다 .이외에도 기업이 의도적으로 저임경영을 고수해 최저임금이 곧 최고 임금이 되는 모순이 생길 수도 있다. 이 같은 문제점 해소대책이 제도시행에 앞서 해결돼야할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김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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