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도 제대로 못한 금융사들…47개 일임형ISA 상품 수익률, 엉터리 공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사 이미지

7개 금융사가 47개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상품의 수익률을 잘못 공시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는 4개 은행의 34개 모델포트폴리오(MP)와 15개 증권사의 116개 MP 등 총 150개 일임형 ISA MP 공시 수익률을 일괄 점검한 결과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29일 밝혔다.

금융당국은 IBK기업은행이 지난달 28일 공시한 ‘고위험 스마트 모델 포트폴리오(MP)’ 상품의 수익률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지자 대대적인 수익률 점검 작업을 벌였다. 당시 기업은행은 해당 상품의 3개월 수익률이 은행권 일임형 MP 중 최고인 2.05%라고 공시했다. 하지만 다른 은행의 문제제기로 수익률을 다시 계산한 결과 0.84%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금융당국 등의 점검 결과 사태를 촉발시킨 기업은행을 비롯해 삼성·대신·현대·미래에셋대우·HMC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가 총 47개 MP를 잘못 공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25개는 공시 수익률이 실제 수익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22개는 공시 수익률이 실제보다 낮았다. 높게 공시된 25개 상품 중 4개는 수익률 오차가 1%포인트를 넘어서기도 했다.

점검 결과 고의로 수익률을 조작한 정황은 포착되지 않았다. 대부분 가치평가 기준일과 자산매입 개시일을 착각하거나 비영업일의 수수료 계산 등에서 착오를 일으킨 결과라고 금감원은 밝혔다. 하지만 대부분의 금융사가 수익률 산정 후 사내 타부서에서 검산하는 절차도 거치지 않는 등 검증에 소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해당 금융사들에 엄중 주의를 촉구하고, 29일 오후 2시에 맞춰 수익률을 일괄 정정 공시토록 했다. 또 앞으로는 수익률 공시 이전에 준법감시인 등 제3의 부서가 반드시 검증하도록 했다.

한편 이와 별도로 기업은행은 MP운용방법을 변경하고도 기존의 해당 MP 가입고객에게는 변경된 MP가 아닌 기존 MP의 운용방법을 적용해 2686명에게 300만원의 손실을 끼친 것으로 밝혀졌다. 금융사는 MP 운용방법을 바꿀 경우 모든 일임고객에게 변경된 MP를 적용해야 하지만 기업은행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29일 중으로 기업은행에 “손실을 입은 고객에 대해 전액 배상토록 하라”고 지시했다. 또 이번 사안에 대한 별도의 제재 조치를 취해야 할지 여부에 대해 법률적 검토 작업을 진행중이다.

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