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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으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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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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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 3번기 2국> ●·스웨 9단 ○·커제 9단

5보(51~59)=고민 끝에 위에서 젖힌 51은 정수. 백△(실전 50)는 그만큼 끈끈한 수였다. 여기서 ‘참고도’ 흑1로 젖혀 건너려는 생각은 짧은 수읽기. 백2로 단수 한방 두드리고 백4, 6으로 차단하는 수단이 있어 연결이 어렵다. 섣불리 응수했다가는 한순간에 우하 일대 흑 대마를 늪으로 밀어 넣을 수도 있는 독수가 백△였다는 걸 생각하면 아찔하다. 아직까지는 스웨가 잘 버티고 있다. 백을 쥐고 34연승,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는 ‘백번 무적’의 커제를 맞아 침착하게 ‘선착의 효’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검토실의 중론.

결국, 스웨는 53~57까지 두텁게 연결하고, 커제는 그 와중에 하변의 실리를 챙겼는데 백이 좌하귀 쪽 58로 흑▲(실전 49)를 제압한 것은 욕심이 지나쳤다. “58은 과욕입니다. 지금은 무엇보다 중앙을 안정시키는 게 우선이죠. 확정된 실리는 백이 앞서 있기 때문에 중앙 백이 두텁게 안정을 취하면 우하 쪽부터 중앙까지 길게 이어진 흑 세력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효과도 있죠.” 박영훈 9단의 해설. 하긴, 옛 성현도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으니 매사 넘침을 경계하라 말씀하시지 않으셨던가. 아니나 다를까. 중앙 59를 얻어맞으니 백 대마의 숨이 턱, 막힌다.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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