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6)만성신부전증|웬만큼 악화 되도 모르고 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오줌을 만들고 배설하는 신장(콩팥)의 기능이 크게 떨어져 제 구실을 못할 때 이를 「신부전」이라 부르고 그중에서도 본인이 느끼지 못하는 사이 매우 천천히 진행되어 발견이 되었을 때는 이미 상당히 병세가 악화되어 있는 경우를 「만성신부전증」이라고 한다.
발병은 인구 10만명당 40명 정도로 국내의 환자 수는 약1만7천명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경제기획원의 통계에 의하면 84년의 경우 1천3백97명이 사망해 사망순위 10위를 차지하고 있다.
복부 뒤쪽에 자리 잡고 있는 신장은 주먹보다 약간 작은 크기로 무게는 1백 30g정도며 좌우 한 쌍의 완두콩모양을 하고 있다.
신장은 인체 내의 잉여수분과 노폐물을 체외로 걸러내고(배설기능), 인체내 체액의 성분과 양을 일정하게 유지시키며 (조절기능), 비타민 D와 적혈구의 생성, 혈압조절에 관여하는 (내분비기능)등의 중요한 일을 맡고 있다.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신장에는 사구체라는 여과장치가 2백만 개나 있다. 이것은 가느다란 혈관들이 실뭉치처럼 뭉쳐져 있어 혈액이 이 곳을 통과하는 사이 혈액속의 잉여수분과 노폐물이 걸러져 나오게 된다.
대개 하루에 만들어지는 여과액은 1백50g정도가 되며 이것은 다시 세뇨관을 통과하는 사이 인체에 필요한 만큼의 수분과 포도당·나트륨·칼륨·마그네슘·비타민 등이 재흡수되어 실제오줌으로 배출되는 것은 여과액의 1%인 1 5g정도. 이것이 하루4∼5회에 나누어져 소변으로 나오는 것이다.
이같은 여과기능이 약해지면 신부전이 되고 이것이 심해지면 체내노폐물(요독)이나 수분이 과잉 축적되어 소위 요독증이라는 상태까지 진행하게 된다.
이러한 신장의 기능저하를 초래하는 질병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그중 대표적인 원인질환이 사구체신염(신장염)으로 기계로 노폐물을 걸러내야 하는 투석환자의 72%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 병은 혈액을 거르는 사구체에 염증이 생겨 단백질 등이 많이 빠져나오는 것으로 급성의 경우 콜라색 또는 간장색의 소변·전신부종·호흡곤란·두통·고혈압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밖에도 고혈압으로 혈관이 망가져서 생기는 고혈압성신경화증, 당뇨병의 합병증인 당뇨병성신증 등이 주요한 원인질환으로 꼽힌다.
대개의 신장질환은 쉽게 낫지만 치료가 불충분할 경우 만성으로 진행한다. 신장은 예비능력이 크기 때문에 웬만큼 기능이 떨어질 때까지는 특별한 자각증상을 보이지 않아 상당히 진행된 후에야 우연히 발견되는 수가 많다.
신장기능이 떨어지면 밤중에 화장실을 가는 버릇이 생길 정도로 소변을 자주 보게 되며 소변에서 거품이 많이 일어나고 피가 섞여 나오기도 한다.
또 눈 주위의 얼굴이나 팔다리가 붓고 두통이 잦으며 식욕이 떨어지고 구역질·현기증·빈혈을 호소하기도 하는데 이런 증상은 상당히 악화되기까지는 거와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양대의대 박한철 교수(신장내과)는 일단 만성화된 신기능을 되돌리기는 힘들므로 더 이상 나빠지지 않게 생활을 조절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말하자면 1년 동안에 나빠질 것을 10∼20년간 끌어가라는 얘기다.
그러기위해서는 악화요인인 혈압관리를 철저히 하고 신장의 결함상태에 따른 식이요법을 시행하며 감기나 설사등 사소한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고 진통제·항생제·감기약·한약 등의 약물을 함부로 복용해서도 안된다는 박교수의 설명이다.
연세대 영동 세브란스병원 연은경 영양과장은 만성신부전증의 식이원칙으로▲적절한 양의 단백질섭취▲충분한 영양섭취▲염분조절▲수분조절▲칼륨·인의제한▲비타민보충등을 든다.
단백질은 분해되어 질소성 대사산물인 노폐물을 형성하는데 신기능이 떨어져 있으면 이것이 혈액 내에 쌓이게 되므로 단백질을 남아있는 신기능에 맞게 줄이라는 뜻이다. 야채나 곡물류보다는 달걀·육류·생선·우유 등의 동물성 단백질이 체내 이용률이 높으므로 소량의 단백질섭취는 이러한 양질의 동물성식품에서 취하는 것이 좋다는 서과장의 말이다.
또 열량섭취가 충분하지 못하면 혈중요소치가 상승해 단백질을 과도하게 섭취한 때와 같은 결과를 초래하므로 항상 충분한 열량공급에 유의해야 한다. 따라서 농축된 당분류(꿀·잼·설탕·엿 등)와 버터 마가린 등의 지방 식품이 신장에 부담을 주지 않는 좋은 열량공급원으로 꼽힌다.
염분이나 수분·칼륨도 줄이도록 하는데 칼륨이 많은 푸른 야채나 감자 등을 데치거나 쪄서 건더기만 취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된다는 서과장의 조언이다.
이밖에 단백질제한에 따른 비타민의 보충도 필요한 조치의 하나.
신장병이 더욱 악화되어 말기가 되면 건강한 신장을 이식하거나 인공투석으로 혈액의 노폐물과 수분을 걸러내야 한다.
신장이식은 성공만 한다면 가장 완전한 치료법으로 연세대 의대 박기일교수(외과)는 건강의 질이나 생활의 질·경제성·합병증·재활의 정도에서 가장 바람직한 것으로 지적한다. 문제는 이식할 신장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점.
현재 국내에는 69년 이래 성모병원의 2백예, 연세대의 1백64예를 비롯, 서울대·한양대·경희대등 10여개 병원에서 모두 6백여 예를 시행했는데 박교수는 5년 생존율이 형제자매간 90%이상, 부모-자녀간 75%로 평균 84%의 높은 성적을 보이고 있다고 말한다.
외국에서는 사체장기이식이 보편화되어있어 덴마크에서는 97%,기타 유럽국가는 90%, 미국은 70%이상이 사체장기이식에 의존하나 우리는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라고.
박교수는 이를 위해 뇌사의 인정과 함께 국민계몽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말한다.
신장이식이 여의치 못한 상태에서는 투석을 하는 수밖에 없는데 여기에는 혈액투석(HD)과 복막투석(CAPD)의 두 가지 방법이 쓰이고 있다.
혈액투석은 인공신장기에 더러워진 피를 흐르게 하여 노폐물을 걸러내는 방법으로 주 2∼3회, 1회에 5∼6시간이 소요되며 한달비용은 보험의 경우 15만원(10회) 정도. 현재 국내에서 혈액투석을 계속 받고 있는 환자는 1천 2백명 정도가 된다.
복막투석은 반투과성을 지닌 인체 내의 복막을 경계로 혈액과 복강 안에 주입된 투석액이 확산과 삼투작용에 의해 혈액속의 수분과 노폐물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이것은 2천cc의 투석액을 복강에 넣었다가 6시간마다 새것으로 교환하는 것으로 한달비용은 보험의 경우 7만4천(국산)∼17만4천원(외제)정도며 현재 이 방법을 쓰는 환자는 5백명 쯤 된다고 한다.
순천향대의 이희발교수(내과)는 이 방법은 복막염(발생빈도 연1.3∼2.3회)의 위험은 있으나 간호원이나 기계의 도움 없이 혼자서 시행이 가능하고 매일 일정량의 요독을 걸러 내므로 혈액투석때와 같은 신체적 부담이 적으며 음식섭취와 활동이 비교적 자유로운 장점이 있다고 말한다.
박교수는 신장병은 소변검사와 혈압점검만으로도 90%이상에서 발견된다면서 정기적인 건강진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한편 만성신부전증환자의 모임인 한국신장협회(서울 을지로 6가 21의 31 전화 (274)-8735) 에서는 환자들을 위한 상담에 응해주고 있다. <신종오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