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새 700여명, 학교 식중독 비상…급식비리 677건 적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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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오른쪽 두번째) 교육부 차관이 지난 2월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여고를 방문, 신학기 개학 대비 급식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뉴시스]

전국 초ㆍ중ㆍ고교에서 한달새 700여 명의 식중독 의심 환자가 발생하는 등 ‘식중독 비상’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23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개학 후 부산과 서울 등 곳곳에서 급식 후 집단 식중독 의심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부산시교육청은 동구 한 여고에서 학생 60여 명이 급식 후 식중독 증세를 보여 보건당국이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23일 밝혔다. 경북 봉화에서도 중ㆍ고교생 100여 명이 집단 식중독 의심 증세를 보이고 있다. 22일 오후에는 서울 은평구 소재 중ㆍ고등학교 5곳에서 500여 명의 학생이 집단 식중독 증세를 보여 보건당국이 역학조사를 시작했다.

학교 급식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자 정부 당국은 철저한 조사와 대응책 마련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23일 서울청사에서 열린 ‘제6회 법질서안전관계장관회의’에서 “학교별로 급식 운영실태, 급식 만족도, 비리 적발내용 등 필요한 모든 정보를 공개해 학교급식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학교 급식 식재료 위생ㆍ품질관리 부실, 학교와 식재료 제조업체 간 유착 의혹 등 학교 급식 위반 사례 677건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국무조정실 부패척결추진단이 올해 4월 정부합동점검단을 구성해 학교급식 식재료의 생산부터 유통, 급식에 이르는 전 과정을 종합 점검한 결과다.

전국 식재료 생산농가ㆍ가공ㆍ유통업체 2415곳 중 129개 업체가 식재료 위생관리 미흡(68건), 식재료 품질기준 위반(118건), 식재료 입찰담합 등 유통질서 문란(16건) 등 총 202건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추진단은 또 학교와 급식제공업체 간 부적절한 계약 등이 의심되는 초ㆍ중ㆍ고교 274곳을 점검한 결과 법령 위반 471건을 적발했다. 학교와 급식업체 간 부적절한 계약(220건 46.7%), 적절하지 않은 예산집행(132건 28%), 식재료 검수 및 위생ㆍ관리 부실(119건 25.3%)등이었다. 추진단은 학교ㆍ급식업체 관계자 등 382명에 대한 징계 등 절차를 밟고 있다.

추진단은 학교급식 가공품 시장의 60%를 점유하는 식재료 제조업체 4곳이 최근 2년 6개월간 전국 3000여개 학교 영양사 등에게 약 16억 상당의 상품권 등을 제공한 의혹도 포착했다.

향후 정부는 식재료 제조업체의 입찰담합 등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입찰비리 관제시스템'을 구축해 교육부,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련 기관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학교 내부의 계약ㆍ예산집행 관련 위반사항을 상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급식비리 감시체계도 구축해 나가기로 했다.

학교 급식은 현재 전국 초중고 1만 2000여 곳에서 매일 600만명 이상의 학생들에게 실시된다. 연간 투입되는 예산만 5조 6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여름철마다 부실한 위생 문제 등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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