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공공디자인, 평창올림픽이 도약 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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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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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원장

전 세계인의 축제, 리우 올림픽이 폐막을 앞두고 있다. 찌는 듯한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밤잠을 설치며 한국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했던 마음은 우리 국민 모두가 하나일 것이다.

올림픽은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 기량을 겨루는 스포츠 행사인 동시에,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 거대한 문화 교류의 장이다. 각국 선수들이 착용한 유니폼과 의상은 민족 고유의 상징과 이미지를 담고 있다. 국가의 디자인 역량을 비교해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한국 선수단이 개막식에서 선보인 단복은 이를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례. ‘가장 스타일이 멋진 단복’ 으로도 뽑힌 선수단의 옷은 한복에서 영감을 받아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세련되게 표현하였을 뿐 아니라, 실용성까지 두루 갖춘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은 바 있다.

올림픽은 한국의 디자인을 국제적인 수준으로 올려놓는 계기를 마련할 만큼 우리와 인연이 깊다. 특히 공공디자인 분야는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거치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어냈다. 공간을 새롭게 바라보고, 본격적인 도시 환경 정비가 시작됐다. 거리 표지판과 공원, 체육시설 등 공공복지를 위한 인프라가 하나 둘씩 공공의 색을 갖춰갔다. 지속적으로 쌓아온 공공디자인 역량은 오늘날 국제적인 위상을 갖춘 디자인 도시로서 서울의 위용을 뽐내는데 일조한 측면이 크다.

공공디자인의 중요성은 시대가 지날수록 의미를 더해가고 있다. 환경 보호와 다양한 사회적인 기능을 넘어 공간에 문화를 담아 구성원들이 함께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올해 8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공공디자인의 진흥에 관한 법률’은 공공디자인의 사회적 관심을 높이는 본격적인 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그간 경제적, 상업적 관점에서 추진되어 온 디자인 정책이 국가 문화융성 전략으로 법적 위상을 갖추게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특히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개막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공공디자인의 발전은 디자인의 국제적 위상을 제고하고, 문화 관광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필자가 몸을 담고 있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역시 공공디자인 사업 대상지 중 하나로 평창을 선정해 지역 문화 및 특산물 전시·홍보 공간을 리모델링하고 주민을 위한 문화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하는 등 활동을 진행 중이다. 평창의 아름답고 특색 있는 지역 문화가 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문화 관광 콘텐츠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사업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공공디자인이 경쟁력을 갖추고 정착하기 위해서는 국가나 지자체, 기관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내 주변에 있는 공간에 대한 관심과 애정, 그리고 지속적인 개선을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함께 응원하는 올림픽의 열기처럼, 우리가 함께 머무는 공간마다 행복한 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모두의 지혜와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최정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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