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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조작 태권도 코치는 스포츠인 자격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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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지난달 16일 인천 선학체육관에서 열렸던 제24회 인천광역시장기 태권도 대회에서 14대 7로 이기고 있던 선수의 코치가 돌연 기권을 표시하는 일이 벌어졌다. 선수의 아버지는 “경기가 끝나자 코치들이 ‘상대 선수에게 장학금을 주기 위해 그랬다’며 사과했다”고 전했다. 대회 직후 학교에 사직서를 제출한 코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상대 학생에게 장학금을 몰아주기 위해 상대 코치와 약속했다”고 했다. 전후 맥락으로 볼 때 이는 명백한 승부조작이다.

스포츠가 아름다운 이유는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기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애쓰는 선수들만이 승부를 결정할 수 있다. 승리와 한계극복을 위한 선수들의 열정과 노력은 인간적인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지금 열리고 있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매일같이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승부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사람은 스포츠인의 자격이 없다.

문제는 특정 선수에게 경고를 남발하거나 기권패를 시키는 등의 수법으로 승부를 조작하는 일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미 2013년 전국체전 고등부 서울시 대표선수 선발전에서 승부조작이 일어나 피해자 아버지가 목숨을 끊으면서 파문을 부르기도 했다. 지난 4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당시 승부조작에 16명이 연루된 것으로 보고 기소했다.

더 큰 문제는 국기인 태권도에서 인맥·지연·학연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이다. 내부 고발에 따르면 학생들의 진학 문제를 놓고 암암리에 ‘밀어주기’ ‘메달 나눠주기’가 있다고 한다. 일부에서 관행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명백한 범죄다. 반드시 고쳐야 하는 것은 물론 범법행위로 엄벌해야 마땅하다. 사법당국은 이번에 드러난 인천광역시장기 태권도 대회의 승부조작을 철저히 수사해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경종을 울려야 하다.

승부조작은 한국에서 탄생해 올림픽 정식종목에까지 오른 태권도를 욕보이는 행동이다. 이제 태권도인들이 나서서 스스로 정화운동을 벌여야 한다. 태권도를 수련하는 어린 학생들에게 부끄럼이 없도록 제대로 스포츠 정신과 윤리의식을 확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