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씨 여기저기 튀며 순식간에 집이 화염 속에…"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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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주 비상사태가 선포된 카혼패스 블루컷(CajonPass BlueCut) 산불 피해를 입은 한인 이재민들은 망연자실했다. 이들은 갑자기 발생한 산불로 가재도구 하나 제대로 챙기지 못한 채 대피했다. 한인 피해는 특히 138번 하이웨이가 지나는 지역에 집중됐다. 현재까지 한인 50가구 이상 주택이 전소하고 중대형 농장 10여 곳 과실수도 불에 탄 것으로 알려졌다.

○…한인 이재민에 따르면 이들은 산불 크기나 이동 경로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주택전소 피해를 본 김기자씨는 "갑자기 불씨가 여기저기로 번져 깜짝 놀랐다. 불길이 오지 않기를 바랐지만 손을 쓸 방법이 없었다"고 전했다. 샌버나디노카운티 소방국은 16일 오전 10시30분 15번 프리웨이 인근 카혼패스 지역에서 시작된 산불이 거센 바람을 타고 삽시간에 주변 지역으로 퍼졌다고 밝혔다.

○…블루컷 산불은 발생 하루 만에 2만6000 에이커가 불에 타 역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될 전망이다. 산불이 번지는 속도가 워낙 빨라 한인 이재민은 주택과 건물이 불에 타는 모습을 망연자실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17일 CBS2 뉴스는 한인교회인 필랜 가든교회가 불타는 모습을 생중계했다.

○…한인 이재민은 산불 피해지역 주택에 끝까지 머물다가 대피했다. 이들은 친척이나 지인, 인근 교회를 찾아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이재민들은 집으로 돌아갈 방법이 없다며 피해를 걱정했다. 한 한인은 "지역 주민 서로가 전화로 상황만 물을 뿐 달리 방법이 없다. 피해지역 모든 도로가 차단돼 드론이라도 띄우고 심은 심정"이라고 전했다.

○…한인 피해가 큰 필랜 지역은 은퇴한 한인과 과실수 등 농장 사업가에게 인기를 끈 지역이다. 이곳에는 에디스팜, 천스농장, 대관령, 사철농원, 벧엘농장, 넓은벌 동쪽농장 등 중대형 한인 농장이 몰려 있다. 만민산 기도원, 열린문 기도원, 필랜 가든교회 등 여러 종교시설도 한인이 운영한다. 이런 시설들이 모두 불탄 것으로 전해졌다. 산불 진화가 완료되면 한인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벧엘농장 정성식씨는 "16일 오후 늦게 어머니를 모시고 대피했는데 앞집까지 불에 탔다. 138번 도로 양쪽이 불에 타 속수무책"이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한인 이재민들은 산불 피해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주택 등 화재보험에 가입한 한인은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일부 한인은 보험가입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0에이커 농장과 주택을 소유한 에드워드 최씨는 "화재보험에 가입해 큰 걱정은 없지만 무보험자인 다른 농장주나 트레일러 하우스 거주자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임대 세입자나 저소득층은 살길이 막막해졌다. 한인사회가 어려울 때 같이 문제를 해결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블루컷 산불이 발생한 인근 지역 한인 주민도 이틀째 거대한 연기와 재로 뒤덮인 채 생활했다. 필랜 지역은 17일 오후 짙은 연기로 주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일부 한인은 산불 이동 경로를 주시하며 혹시 모를 대피를 준비했다. 빅토빌 옛 월마트 부지를 소유한 유지만씨는 주차장 부지를 샌버나디노카운티 소방국 화재 비상대책본부로 사용하도록 협력했다.

○…블루컷 산불이 워낙 거세 소방당국도 사실상 불길이 잦아들기만 기다리고 있다. 진화작업에 나선 소방관 1300명 이상은 주택가로 불이 번지는 것을 막으려 사투를 벌였다. 일부 한인 이재민은 소방당국이 산불을 방관하고 있다며 답답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소방국은 임시 대피소를 운영하고 있다. 산불 피해를 본 이재민은 폰타나 제시 터너 커뮤니티센터(15556 Summit Ave, Fontana)와 술타나 고등학교(17311 Sultana St, Hesperia)를 찾아가면 된다.

필랜=이재호·김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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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블루 컷 산불 피해 지역인 카혼패스의 한 주택가 주변이 온통 화염으로 휩싸여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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