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휴화산 속에서 꿈틀거리는 마그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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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 3번기 2국> ●·스웨 9단 ○·커제 9단

3보(25~40)=스웨는 백면서생 같은 외모와 달리 매우 실전적인 취향을 보여준다. 고요한 휴화산 속에 꿈틀거리는 마그마 같은 치열함을 감춰둔 타입. 우하귀 쪽 25의 ‘한 칸 뜀’을 아쉬워하는 견해가 있다. 이 수로는 ‘참고도1’의 흑1 이하로 공격하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느냐는 것. 백12까지 된 다음 흑13으로 씌운 형태가 그럴 듯한데 백이 반드시 이렇게 응수해주리라는 보장은 없다.

또 흑의 실전 진행이 나쁜 것도 아니다. 백이 26으로 붙여 귀를 최대한 지키고자 했으나 흑이 적시에 29로 파고들어 31, 33, 35로 찔러간 일련의 활용과 진행은 매우 실전적이다. 백을 낮게 누르고 39로 뛰어 외곽 세력을 구축해 만족이라는 판단. 우하귀 접전의 수순 중 32는 침착한 정수. 여기서 ‘참고도2’의 백1로 몰고 백3~7로 지키는 것은 귀의 실리로는 약간 이득이지만 흑8 이하 14까지 몰려 좋지 않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전형이라고나 할까.

40의 ‘한칸뜀’을 보니 중세 일본 바둑을 풍미한 다카가와 가쿠(高川格) 9단의 ‘평명류(平明流)’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중앙 한칸뜀에 악수 없다’는 바둑 격언을 만든 다카가와 9단은 ‘흐르는 물은 앞을 다투지 않는다(流水不爭先)’는 평생의 심득으로 일본 최고(最古)의 타이틀 본인방(本因坊)을 9기 연속 제패했다.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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