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통한 물가·경기 조절 패러다임 벗어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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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조절해 단기적인 물가와 경기를 조절하는 정책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외부 비평가의 제안이 아니다. 중앙은행 내부자가 제기했다. 바로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존 윌리엄스(사진) 총재다. 그가 15일(현지사간) 내놓은 보고서‘낮은 자연금리(이자율) 세계에서 통화정책(Monetary Policy in a Low R-star World)’에서였다.

옐런 오른팔 윌리엄스 총재 주장
“단기 아닌 장기 성장률 높이려면
교육·연구개발 투자 확대 필요?

윌리엄스는 요즘 뜨거운 논란거리인 자연금리(r*)를 근거로 삼았다. 이 금리는 한 사회의 저축과 투자가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가상의 이자율이다.

시장금리와는 달리 물가수준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중앙은행 기준금리가 자연금리보다 높으면 투자의욕이 꺾인다. 반대면 과열, 더 나아가 거품을 야기한다. 금리정책의 기준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미국 자연금리가 2%대에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급락해 요즘엔 기준금리(0.25~0.5%)보다 낮다는 분석이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다.

이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로존과 영국, 캐나다 등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윌리엄스는 “이 수수께끼(conundrum)를 풀기 위해 중앙은행가는 현재 통화정책 접근법을 재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기가 아닌 장기 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교육과 연구개발 투자 확대를 강조했다. 이는 지금까지 중앙은행 소관이 아니었다.

그는 “중앙은행이 재정정책 변화와 발맞춰 민간 자본의 장기 투자를 자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준금리를 조절해 물가 안정이나 추구하는 기존 정책 패러다임에 대한 사실상 부정이다.

윌리엄스는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를 지낼 때, 그의 오른팔이었다. 이런 그가 올해 안이나 내년에 Fed가 기준금리를 인상할지 여부에 매몰되지 말자고 했다. 그만이 이런 제안을 한 게 아니다. 보스턴 준비은행 총재 에릭 로젠그린, 전 미국 재무장관 래리 서머스,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올리비에 블랑샤르 등이 지난해부터 줄곧 제기했다.

옐런 의장은 정책변화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올 6월 자연금리 하락을 우려했다. 미국 Fed 100여년 역사를 보면 문제제기는 논쟁을 낳고, 논쟁은 변화로 이어지곤 했다. 윌리엄스 보고서는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반대하는 논리가 상당히 정교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날 현재 시카고선물시장이 보는 미국의 다음 기준금리 인상 시점은 내년 3월이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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