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집중포화에 트위터 의존하는 트럼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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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트위터 제왕’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주류 언론의 십자포화를 맞으며 힘을 잃고 있다. 트럼프에 관한 한 ‘SNS 장악력’보다 주류 언론의 공세가 더 강한 파괴력을 보였다.

“언론 보도 탓 클린턴에 지고 있어”
‘NYT는 소설 신문’ 등 분노 드러내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는 14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역겹고 부패한 언론이 나를 정당하게 보도하고, 잘못된 해석을 하지 않았다면 20% 차이로 클린턴을 이기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날 뉴욕타임스(NYT)를 겨냥해 “망해가는 NYT가 소설 신문이 되고 있다. 나에 대한 기사는 언제나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한다”며 분노를 드러냈다. 같은 날 코네티컷주 페어필드 유세에서 “NYT의 취재 자격을 박탈하는 문제를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사기꾼 (힐러리)클린턴이 아니라 부정직한 언론과 맞붙고 있다”고 비난한 이후다.

1000만 트위터 팔로어를 확보한 트럼프는 SNS 파급력에 관한 한 1등 주자다. 온라인 매체 슬레이트는 지난 4월 대선 주자들의 트위터를 분석한 후 “트럼프가 트위터를 지배한다. 별 생각 없이 해도 트럼프는 트윗이 날라 다니게 만드는 듯 하다”고 표현했다. 슬레이트는 “호전적이면서 사과를 하지 않는 자기중심적인 트럼프에겐 140자 트위터가 안성맞춤”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주류 언론에서 트럼프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3월 편집·경영진이 트럼프를 만난 다음날 ‘트럼프 대통령직의 위험성’이라는 제목의 사설로 “백악관을 그에게 맡기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줬다”고 단언했다. NYT도 5월 3일 사설에서 “트럼프의 승리로 공화당의 자살을 보고 있다”는 선거 전략가의 발언을 인용했다.

NYT는 CNN과 함께 지난달 공화당 전당대회 때 찬조연사로 등장했던 트럼프의 부인 멜라니아의 표절 연설 논란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주류 언론들의 트럼프 때리기는 트럼프의 계속된 막말과 상식을 깨는 부적절한 발언들이 직접 원인이다. 매일같이 계속되는 언론의 트럼프 비판에 트럼프의 외곽 지지층이 이탈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정치 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14일 트럼프에게 또 악재가 되는 보도를 내놨다. 폴리티코는 “라인스 프리버스 공화당 전국위원회 위원장은 트럼프가 소동을 야기하는 언사를 자제하라는 충고를 듣지 않을 경우 공화당의 자금과 인력을 지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트럼프에게) 경고했다”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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