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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무례한 현대 심리전의 방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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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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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 3번기 2국> ●·스웨 9단 ○·커제 9단

1보(1~12)=결승 1국에서 흑을 쥔 커제가 스웨를 압도하면서 결승 3번기의 열기가 빠르게 식어버리는 느낌이다. 결승 2국은 순서에 따라 커제의 백인데 커제는 2015년 국내외를 통틀어 백을 쥔 대국에서 단 한 번도 진 적이 없다. 이러한 통계에, 최근 커제의 맹렬한 기세를 보면 “사실상 결승1국에서 타이틀의 향방이 결정됐다”는 관측자들의 말에 무게가 실린다. 그런 시선 탓인지 결승 2국 현장의 분위기도, 춘추전국시대를 끝내고 진정한 대륙의 패왕을 가리는 최고의 결전이라기에는 어쩐지 적막할 정도로 고요히 가라앉았다.

그러나 통계와 기세가 그렇다 해도 승부는 또 다르다. 손톱만큼의 변수로도 잔잔한 바다에 풍랑을 일으키고 승리의 항로를 나아가던 배를 단숨에 전복시키는 게 승부다. 게다가 스웨는 ‘냉정과 침착’의 대명사.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정해진 길을 뚜벅뚜벅 걷는 부동심의 소유자이니 커제의 ‘백번무적’을 깨뜨리고 반전을 일으킬 수도 있다.

우상귀 1의 소목에 우하귀 화점 2로 상대의 무릎 안쪽을 찔러간다. 예도를 숭상하는 고대의 바둑에서는 무례한 수였으나 지금은 심리전의 한 방편. 상변의 ‘높은 중국류’ 포진에 10, 12의 도전과 파고들기는 상용 수단이다. 여기서 A로 막아 백B로 건너게 해주는 바보는 없다. ‘참고도’의 진행이 보통.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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