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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교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요즘 중공에선 『「삼국지」를 기업의 경영교본으로 삼아야한다』는 논의가 일고 있는 모양이다. 중공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가 충의와 유교적인 인간관계, 지략을 중시하는 『삼국지』(연의)에 주목하는 것은 흥미있는 일이다.
소설 『삼국지』의 에슨스는 역시 유비의 면모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그는 한실의 일족이지만 몰락한 집안에 휩쓸려 초야에 묻혀 사는 필부에 지나지 않았다. 바로 그가 우연히 알게된 관우, 장비 두 장사와 도원에서 형제의 의를 맺는다.
유비는 그후 천하의 난을 몸으로 부닥치며 망하기도 하고, 흥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풍운아의 영고성쇠를 다 겪는다.
그러나 뭇사람들이 그에게 주목하는 것은 그의 무용이 아니다. 한낱 필부에 불과한 사나이가 도원결의를 할만한 인간을 알아보는가 하면, 공명과 같은 인재를 발견하곤 삼고의 예를 다해 자신의 막료로 맞아들인다. 『삼국지』를 「교본」으로 삼을 점이 있다면 바로 그런 대목일 것이다.
사실 유비는 필부라고는 해도 보통의 사람과는 달랐다.
첫째, 그는 평소에 배우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남모르는 독서로 교양을 몸과 마음에 쌓았다. 그의 옆엔 노식과 같은 고고한 스승도 있었다.
그런 것이 인간적인 매력과 덕망으로 어우러져 그 주위엔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들었다. 이를테면 리더십이 있었다.
그 점에선 조조나 손권 같은 인물도 마찬가지였다. 조조는 소설 속에선 간웅으로 묘사되고 있지만 정사에선 재능과 인격이 뛰어난 인물로 기록되어 있다. 30여년을 전진에서 지내면서도 그의 손은 책을 놓는 일이 없었다.
『늙은 말은 마구간에 있으나 그 뜻은 천리를 달리고, 열사는 비록 늙은 나이에도 장지를 버리지 않는다』
이런 멋들어진 말을 남긴 사람도 바로 조조였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의 역사를 보아도 창업의 영걸은 우선 정신적 수련이 깊다. 공리에 빠져 허덕이기보다 유유하게 정신의 내용을 풍부하게 쌓은 뒤 비로소 천하를 도모하려고 한다.
이런 인물 옆엔 여러 인재들이 다가오게 마련이다. 난세일수록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필요하다. 전략, 전술은 물론 실전과 지략에 능통한 제제다사가 막하에 있어야 한다.
공명 같은 사람을 유비가 알아본 것만 해도 그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이나 다름없다. 공명은 유비가 어떤 상황에 있어도 그 앞에 머리를 굽혔고, 유비의 사후에도 출사표의 우국충정을 토로했다.
기업의 세계에서 이런 장엄한 인간 드라머가 있어야 한다는데, 하물며 한 나라에 있어선 더 말할 것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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