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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북한 문제로 중국을 봐왔고 중국은 한국 뒤 미국 그림자를 봐왔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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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2호 4 면

한·중 사드 갈등에 대해 저우위보(周玉波) 중국 인민일보 인민망 한국대표는 양국 간 성숙한 소통의 부재가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한국 외교대표단의 방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리팅팅(李) 베이징대 외국어학원 교수는 사드 갈등을 넘어 지속적인 한·중 관계 발전을 위해선 양국 사이에 존재하는 인식의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우위보=한반도 사드 배치가 결정된 7월 8일부터 8월 5일까지 인민망엔 총 303개의 관련 기사와 논평이 실렸다. 중·한 간 최대 이슈다. 중국 언론은 ‘만약 전쟁이 일어나면 사드는 중국과 러시아가 우선적으로 타격하는 목표가 된다’고 말한다. 이처럼 ‘전쟁 가능성’까지 언급된다는 것은 수교 이후 중·한 관계에 최대 위기가 닥쳐오고 있음을 시사한다. 무엇이 문제였나. 원활한 소통 부재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나쁜 소식일수록 더욱 많은 공을 들여 소통해야 한다”는 고(故) 앤드루 그로브 인텔 회장의 말은 의미하는 바 크다.


한·미는 사드 배치와 관련해 중국 측과 협상해 진행한다고 약속한 바 있지만 갑자기 말이 바뀌어 황급히 배치 결정을 내렸다. 시점도 남중국해 ‘중재 판결’ 발표 직전으로 ‘남의 어려움을 틈타 해를 가하는’ 의심을 품게 한다. 사전 소통이 부재했다. 배치 결정 이후 소통 상황은 어떤가. 한국은 관련 국가에 외교대표단을 파견해 협상을 벌이거나 국회 외교, 기타 공공외교 루트를 충분히 활용하지 않았다. 결국 정부와 외교채널 간의 성숙한 소통이 부재하면서 양국 언론 간의 설전만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을 낳았다.


중·한 관계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중국의 외교정책 기조는 협력과 윈윈을 기반으로 하며 한국의 핵심 국익은 조선(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통일이다. 그렇다면 길은 하나밖에 없다. 관련 국가가 한반도 비핵화라는 공동목표를 향해 긴밀하게 협력해 북한을 경제협력의 장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봉쇄와 고압정책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포기를 절대 가져오지 못한다. 북한의 안전과 경제 발전을 충분히 고려한 진정성 있는 방안만이 열쇠다. 한국이 미국을 설득해 사드 배치 결정을 철회하거나 장기 보류, 혹은 설치 후 장기 폐쇄 등 방법을 통해 중·한 관계를 회복한 후 다자협력의 길로 가야 한다. 연초 왕이 외교부장이 제시한 한반도 비핵화, 정전체제에서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함께 논의하는 게 해법이 될 수 있다. 4반세기의 노력을 거쳐 인적 교류 1000만 시대를 맞이한 중·한 관계가 이대로 원점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리팅팅=올 초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최근 사드 문제 등을 통해 중·한 간의 모순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모순의 근본적 원인은 어디에 있나. 인식의 격차에서 찾을 수 있다.단기적 차원에서 볼 때 양국은 행동 방식 등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는데 그것을 기존 협력의 과정에서 간과했다. 예를 들어 정책결정 과정이 다르고 문제가 생겼을 때 문제 해결방식도 다르다. 여기서 양국 간 성숙한 소통의 부재 문제가 드러난다.


중기적 측면에서 보면 중·한 양국의 상호 전략적 인식과 현실 사이에 차이가 있다. 한국에서 중국을 볼 때는 늘 북한 문제와 한반도 통일 문제를 염두에 두고 있다. 반면 중국은 한국의 뒤에 어른거리는 미국의 그림자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중·한 관계 자체를 바라봐야 하는데 언제나 이렇게 서로 전략적인 생각을 한다. 따라서 한국은 중국을 북한 문제의 해결사로, 또 중국은 한국을 한·미 동맹의 일환으로 보는 측면이 있다. 그러다 보니 서로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생긴다.


장기적 측면에서 볼 때는 양극화된 역사적 이미지가 중첩되면서 생기는 문제가 존재한다. 한국의 눈에는 중국이 역사적인 강대국이라는 이미지와 함께 현재 세계 질서에서의 후발주자란 이미지가 겹쳐 있다. 반면 중국엔 한국이 유교적 전통을 잘 간직한 나라라는 동양적 이미지와 서구 세계의 일원이라는 서구적 이미지가 중첩돼 있다. 이런 상반된 이미지가 때론 이중잣대로도 작용하며 양국 관계를 어렵게 한다. 중·한 관계의 장기적 발전은 바로 이런 인식의 차이를 어떻게 또 얼마나 잘 메우느냐에 달려 있다.


유상철 중국전문기자·논설위원, 이우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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