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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치는 백마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신라와 싸워 이긴 국경 소식 꼬릴물자
의자왕 소맷자락 풍악에 얹혀 밤낮없고
부소산 그보다 높은 백성들의 원망소리
성충의 곧은 충절 옥중에서 목을 놓고
흥수는 숯고개를 목숨 걸어 지키랬건만
연합군 십 삼만 대병 발굽 소리 높아라
내 손으로 가솔을 벤 장부 가슴 어땠으랴
황산벌에 우뚝서서 화랑소년 잡고 놓던
마지막 계백이 가자 밀물 같은 적군이
백마로 용을 낚아 성난파도 다스리던
조룡모 남겨 놓고 갈증처럼 강을 건너
칠백 년 어여쁜 사직 사비성을 짓밟다
집은 부숴지고 잡초이듯 우거진 주검
포로 만 삼천이 왕과 함께 끌려 가고
흩날려 애처로운 꽃 벼랑 아래 잠들고
진달래 피 뱉으면 두견새도 잠을 설쳐
고란초 기르면서 백 년 천 년 뿌린 눈물
이루어 푸른 물줄기 굽이치는 백마강아

<필자약력>
▲1927년 충남 부여출생▲65년 서울 신문 신춘문예 시조당선▲현 경복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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