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와 싸워 이긴 국경 소식 꼬릴물자
의자왕 소맷자락 풍악에 얹혀 밤낮없고
부소산 그보다 높은 백성들의 원망소리
성충의 곧은 충절 옥중에서 목을 놓고
흥수는 숯고개를 목숨 걸어 지키랬건만
연합군 십 삼만 대병 발굽 소리 높아라
내 손으로 가솔을 벤 장부 가슴 어땠으랴
황산벌에 우뚝서서 화랑소년 잡고 놓던
마지막 계백이 가자 밀물 같은 적군이
백마로 용을 낚아 성난파도 다스리던
조룡모 남겨 놓고 갈증처럼 강을 건너
칠백 년 어여쁜 사직 사비성을 짓밟다
집은 부숴지고 잡초이듯 우거진 주검
포로 만 삼천이 왕과 함께 끌려 가고
흩날려 애처로운 꽃 벼랑 아래 잠들고
진달래 피 뱉으면 두견새도 잠을 설쳐
고란초 기르면서 백 년 천 년 뿌린 눈물
이루어 푸른 물줄기 굽이치는 백마강아
<필자약력>
▲1927년 충남 부여출생▲65년 서울 신문 신춘문예 시조당선▲현 경복고 교사필자약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