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 100년전』그림 이야기|월전 장우성 화백의 『푸른 전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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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한국화 l00년전」(4월1∼5월12일·호암갤러리)에 출품된 당대의 명가 85명의 작품 94점 하나하나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겨있다.「화중유화」라고나 할까…. 금세기를 빛낸 대표작가들이라 미공개작품, 희귀작품, 첫시도작품, 궁중미술작품, 수상작품등 근대미술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명품들이 많다.
『푸른전복』(l92×140㎝)은 동양화단의 원로 월전 장우성화백(74·예술원원로회원)의 미공개작품이다.
41년 20회 선전에서 총독상을 받은 인물들-.
전복(군인이나 관창이 소매를 달지 않고 뒷 솔기를 터 다른옷 위에 덧받쳐 입던옷)을 입고 한바탕 부채춤을 추고난 여인이 의자에 앉아 쉬고있는 모습이다.
꽃신을 벗어놓고 벙거지를 쓴채 무당부채를 들고있는 폼이 퍽 인상적이다. 『푸른전복』 은 작가가 고향인 여주에서 찾아낸 것.
81년 월전화백이 고희를맞아 화집을 만들고 회고전을 열때도 없었던 작품이다. 83년에 제보를 받고 사들여 손질을 하고 때를 빼서 다시 표패, 작가가 애장하고 있다.
이 작품은 조선권번에 소속된 기녀 민산홍을 모델로 그린것이다.
월전화백이 서울 명륜동4가에 있던 광명관이란 일본하숙집8층 8조 다다미방에서 작업했다.
월전화백은 37년 16회 선전에 출품한 『승무도』를 그릴때 처음으로 기생모델을 썼다. 그때 2시간씩 틈을 내주기로 해놓고 빠지는 날이 많아 어찌나 애를 먹었던지 민산홍과는 조선권번장을 통해 1주일만 계속해 나와달라고 단단히 약조했다는 것-.
그녀는 시간을 잘지켜줘 그림이 생각보다 수월하게 되었다고한다. 하지만 벙거지·무당부채등 소품을 구하기가 힘들었다는 것. 『푸른전복』이 특선에 뽑혔다고 신문발표가 나던날은 모델이 일부러 월전화백의 하숙집인 광명관까지 찾아와 작가보다 더 좋아했다는 회고담이다.
이당 김은호화백이 1939년 남원 춘향사당에 모실 춘향초상을 그릴때도 조선권번에 나가던 소녀기 김명애를 모델로 삼았다. <이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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