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좌우 동거정부」앞길 험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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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미테랑」프랑스대통령이 18일 「자크·시라크」 공화국연합(RPR) 당수(53)에게 조각을 위촉함으로써 3·16프랑스 총선후의 관심은 이제 좌파대통령과 우파수상이 「동거」하는 프랑스 정국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하는 점에 쏠리고 있다.
사회당 출신인 「미테랑」대통령이 임기가 만료되는 오는 88년까지 대통령직을 고수할 경우 프랑스는 58년 「드골」전 대통령에 의해 탄생된 제5공화국 이후 28년만에 차음으로 의회는 우익보수연합측이 장악하고, 국가원수직은 의회 야당인 사회당에서 차지하는 기형적인 정부형태를 갖게된다.
따라서 좌우동거 정부의 앞날엔 수많은 난관이 가로놓여 있다.
우선 대통령과 수상 두사람에게 다같이 통치권을 행사하도록 하면서도 양자의 권한 한계를 분명하게 그어놓지 않은 현행 헌법의 규정에서 적지않은 문제점이 예상된다.
지금까지는 통치권을 크게 두 영역으로 나누어, 국사중에서 국방과 외교정책등 「지고의 영역」은 대통령의 전관사항 으로 간주되고 그밖의 영역은 수상이 처리한다는 것이 통세로 되어왔다. 그러나 헌법의 명문 규정상 양자간의 권한 분배는 명확하지 않으며 오히려 여러곳에서 중복되고있다.
따라서 이번 총선 결과처럼 대통령과 정당을 달리하는 수상이 탄생해 수상이 대통렁과 이견을보일 경우 층돌 가능성은 높은 것이다.

<이견땐 충돌 가능성>
정치분석가들은 좌파대통렁- 우파수상정부의 출범은 지난 58년 제정된 「드골」헌법의 진정한 시험무대가 될 것이며 「동거」정부가 과연 제대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드골」대통령 밑에서 첫 수상을 지냈으며 「제5공화국 헌법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미셸·드브레」는 대통령과 수상이 같은 정당소속일 경우는 물론 대통령이 전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으나 두사람의 소속 정당이 다를 경우 다수당 출신의 수상에게 보다 큰 권한이 부여된다고 「드골」헌법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물론 이에 대한 이세도 있다. 「미테랑」대통령은 우파의 압승이 예상되던 지난 선거의 유세기간 중 국방과 외교 등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은 절대 포기할 수 없으며 「평가절하된」대통령으로서 남을 의사가 없다고 천명해왔다.

<우파는 잡다해 약점>
특히 그는 지난 5년간 추진돼왔던 사회보장조치, 기간산업·은행·보험회사등의 국유화등 사회당의 정책을 고수할 방침임을 밝혀 대통령과 수상간의 불화는 도처에서 터져나올 것임이 쉽게 짐작된다. 따라서 파국을 면하기 위해서는 양자간에 상당한 「정치술」이 필요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러한 난관 외에도 우파정부 자체도 잡다한 세력의 집결체라는 조직상의 취약점을 안고 있다. 「시라크」 는 지난 74년 「지스카르·데스탱」을 대통령에 당선되도록 지원한 후 그 아래서 수상으로 일하다가 대통령과의 불화로 2년만에 수상직을 사임한 인물이다.
그후 77년부터 지금까지 파리 시장으로 재직하면서 탁월한 행정능력을 발휘해 많은 인기도 모으고 있으나 정치적 야망과 .강인한 성격으로 정적도 많다는 평을 듣고있다. 프랑스 민주연합(UDF)과 연합전선을 퍼오면서 지난1월에는 우파집권에 대비한 공동강령까지 발표하기도 했으나 「시라크」는 아직 UDF의 「지스카르」와는 소원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앞으로도 집권여당인 RPR-UDF내에서 손발이 계속 맞을지는 점칠 수 없는 형편이다.
사회당의 「조스팽」제1서기가 우파연합의 우세가 드러난 17일 RPR, UDF연합을 가리켜『인위적이며 허약한』모임이며 이는 곧무너질 것이라고 말한것은 바로 우파연합의 내부양상이 복잡함을 지적한 것이다.
게다가 보수 우파연합내의 상당한 세력이 「미테랑」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고 있어 이들이 움직임을 보일 경우 그로부터 파생되는 분열상은 걷잡을 수 없을것으로 우려된다.
동거정부의 불화를 예상하는 또 하나의 근거로는 재외영토 2석을 제외한 하원의석 5백75석에 대한 최종 개표결과 우익보수연합세력이 과반수 의석에 겨우 2석이 넘는 2백인석을 확보한데 반해 사회당이 예상을 뒤엎고 강세를 보여 단일정당으로는 여전히 최대의석인 1백98석을 획득했으며 동조세력인 극좌파운동(MRG)을 합하면 그 세력을 켤코 무시할수 없다는 접이다.
「미테랑」대통령도 이같은 선거결과를 인식, 선거가 끝난뒤 한 TV와의 회견에서 자신은 확고한 영향력을 가지고 88년까지의 잔여임기를 채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테랑」대통령이 야당측의 사임요구를 이처럼 일축한 것은 우익세력이 여론조사 결과만큼 좋은 성격을 내지 못한데서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향후 프랑스 정국의 혼미를 예상하게 하는 또 하나의 근거로는 이번 총선에서 놀랍게도 창당 14년만에 33석이라는 많은 의석으로 의회에 진출한 극우파 국민전선(FN)의 존재를 들 수 있다.

<임기 채우겠다>
「장-마리·르·펭」이 이끄는 FN은 프랑스에서의 「외국인의 영향력」에 대한 격렬한 공격을 전개하고 인종주의를 내세우는등 과격한 선동으로 큰 이득을 본 극우주의자들이다.
FN은 보수우익 연합세력을 지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으나 RPR-UDF, 좌파등 모두가 이들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은 벌써부터 「미테랑」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고 있으며 우파연합정부의 근소한 의석우세를 염두에 두고 정치의 캐스팅 보트를 쥐려고 시도할 것이 예상돼 혼란을 가중시키는 「태풍의 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파의 예상외의 신승은 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나 「미테랑」대통령에게 도전하는데 있어 이들을 어려움에 빠뜨릴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계속 재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미테랑」대통령이 조기에 사임하거나 의회해산 같은 돌연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프랑스 정국은 예측불허의 미노를 헤맬것이 분명하다. <정봉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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