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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 속 고양된 조화 ‘진정한 열대’와 ‘거짓 열대’ 대조 보이며 끝 맺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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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면에서 계속


자, 이렇게 사람들이 모이니 무엇이 만들어지나? 바로 대도시다. 리우는 한때 남미의 뉴욕이었다. 이 대도시는 수많은 사람의 희망이 새겨지는 곳. 그 대목에서 모던하고 도시적인 시크 부아르키의 음악이 나온다. 이탈리아 피가 섞여 있는 그의 음악은 언제 들어도 독특하다. 브라질스러운 리듬과 유럽적인 아름다움이 공존한다. 코드의 변화도 미묘하다. 대도시의 세련된 이미지다.


그러나 대도시엔 언제나 그늘이 있다. 색깔은 점점 화려해지고 수퍼 모델 지젤 번천이 톰 조빔의 ‘이파네마의 소녀’를 배경으로 마지막 캣워크를 한 다음, 그 그늘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음악이 격렬해진다. 이제 주인공은 바로 빈민들이다. 빈민가를 가리키는 ‘파벨라’의 음악이 등장한다. 루드밀라의 ‘행복한 랩’은 삼바와 힙합과 리듬앤드블루스의 모든 장르를 혼합한 브라질식 힙합이다. 핑크색 달이 뜬 달동네 춤꾼의 흥겨움을 돋운다. 이제부터 진정한 음악의 향연이다. 엘자 수아레스가 나오고 제카 파고징뉴가 등장한다. 이 전설적인 뮤지션을 개막식에서 보다니!


파벨라의 쪽방들을 상징하는 작은 격자들 속에서 흥겨운 춤들이 이어지고, 거기에 매핑된 원색의 영상들은 브라질 사람들이 아니면 보여줄 수 없는 무질서 속의 질서를 표현한다. 축제가 시작될 때 치기 시작했던 파도가 계속 이어진다. 일일이 열거하기가 힘들 정도로, 줄줄이 나오는 뮤지션들은 모두 브라질 음악의 대가들. 특히 조르지 벤의 등장도 인상적이었다. 그가 부른 노래 ‘열대의 어버이(Pais Tropical)’에 이르러서야 빨간색이 온 무대를 뒤덮는다.


자, 드디어 ‘열대’라는 개념이 나오는 것이다. 관객들도 참가자들도 열대의 열기에 들떠 춤을 춘다. 함께하는 춤. 삼바의 축제. 브라질에는 ‘삼바 스쿨’이라는 독특한 단체가 있다. 매해 열리는 카니발에는 삼바 스쿨이 단체전을 벌인다. 삼바 스쿨의 핵심은 바투카다, 즉 브라질 특유의 타악 음악이다. 그 기원에 아프로-브라질리안 음악과 문화가 있다. 성대한 잔치에는 아프로적인 리듬의 힘들이 빠지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개막식의 절정. 삼바 스쿨을 상징하는 깃발과 군무, 리듬, 모든 것이 하나되는 법열의 상태가 지향된다.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가자. 바로 ‘열대’라는 말이다. 브라질에서 ‘열대’는 독특한 개념이다. 그것은 그냥 더운 날씨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이 대목에서 맨 처음 노래한 지우베르투 지우를 다시 언급해야 한다. 그는 1960년대 말 카에타누 벨로주(Caetano Veloso)와 더불어 이른바 ‘트로피칼리아(열대주의)’를 이끌었다. 트로피칼리아는 독특한 형태의 브라질 청년문화운동으로 확장되는데, 당시 독재정권 치하에서 검열의 고통을 겪던 젊은이들의 열화와 같은 지지를 받았다. 우리로 치면 유신 독재 시절 신중현이나 한대수의 음악이 당시의 ‘통기타 청바지 세대’에게 전폭적인 성원을 받은 것과 비슷할 것이다. 브라질 비주류 문화의 기수가 리우 올림픽의 서두를 장식하는 것을 보니 왠지 감격스러웠다.


브라질에서 ‘열대’는 모든 것이 뒤섞이는 ‘고양된 조화’의 상태를 말한다. 그것은 사랑의 기쁨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의 느낌과도 통한다. 착란과 광기까지도 포용하는 삼바축제는 바로 이 ‘열대’의 상태를 지향한다. 개막식은 브라질식 열대, 즉 리듬 속에서 고양된 조화를 이루는 진정한 열대와 그 대척점에 있는 거짓 열대와의 대조를 보여주며 끝을 맺는다.


이 대목에서 어떤 의미로는 리우 올림픽이 21세기적 올림픽의 출발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제 올림픽은 힘을 보여주는 잔치가 돼서는 안 된다. 그것은 일산화탄소로 뒤덮인 거짓 열기, 죽음의 열기를 보여줄 뿐이다. 삼바의 축제가 지향하는 ‘열기’, 즉 열대는 생명을 탄생시키고 기쁨을 나누는 조화로운 상태를 말한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붉은 빛의 ‘열대’는 거짓 열기, 거짓 세계화로 지구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돈의 열대’가 만들어낸 위기에 경고장을 보낸다. 드디어 선수들이 입장한다. 역시 삼바 스쿨의 입장 형식을 가져오고 있다. 깃발을 든 여인과 그를 호위하는 메스트레 살라(mestre sala). 지구가 아마존 때문에 숨을 쉬고 있다. 아마존은 지구의 메스트레 살라라는 생각까지 든다. 리듬 속에서 하나 되어 조화롭게 사는 세상을 꿈꿔 본다. 사실 상황은 브라질조차 좋지 않다. 현재 대통령 호세프 지우마는 탄핵 소송 중이고 대행하는 미셰우 테메르는 야유를 받는다. 심지어 입장하는 선수 중에는 손바닥에 ‘테메르 아웃’이라고 써서 페이스북에 올린 이도 있다. 어떤 면에서 브라질은 최악이다. 그러나 브라질은 잘 해낼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위기를 극복하는 힘은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 바로 리듬이다. 리듬 속에서 공존의 고리를 찾으면 위기는 사라진다.


성기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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