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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 고’ 같은 게임 5년 전 이미 있었지만 흥행 실패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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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1호 11면

한국이 선발주자의 이점을 못 살린 IT 제품들. 왼쪽부터 KT ‘올레 캐치캐치’, 엠피맨닷컴 ‘엠피맨 F10’. [사진 각 업체]

포켓몬 고가 부러운 한국이지만 일이 잘 풀렸다면 누군가를 부러워할 필요가 없었을 수도 있다. 국내 기업 중 KT는 2011년 ‘올레 캐치캐치’라는 AR 기반의 모바일게임을 마케팅 차원에서 출시했다. 포켓몬 고와 게임 방식이 비슷했다. 애플리케이션(앱) 실행 후 특정 지역에서 카메라 렌즈로 주위를 둘러봤을 때 몬스터 캐릭터가 나타나고 사용자는 이를 잡아 돈으로 쓸 수 있는 포인트를 받았다.


그러나 이 게임은 캐릭터들이 별 인기를 못 끌며 흥행에 실패해 2013년 2월 서비스가 종료됐다. 시장 선점의 잠재력을 가진 기술은 있었지만 콘텐트 부재가 뼈아팠다.


한국은 이렇듯 IT 분야에서 선발주자가 되고도 그 이점을 못 살린 경우가 적잖았다. 디지털 음원 파일 규격인 ‘MP3’ 대중화에 기여한 MP3 플레이어가 대표적이다. 새한미디어에서 분사한 엠피맨닷컴이란 스타트업은 1998년 세계 최초로 MP3 플레이어 ‘엠피맨 F10’을 선보였다. 소니 ‘워크맨’의 뒤를 이을 것이란 장밋빛 전망과는 달리 후발주자였던 애플 ‘아이팟’이 대신 시장을 장악했다. 전략의 차이가 성패를 갈랐다. 애플은 기기만 만들어 팔기 바빴던 국내 기업과 달리 아이튠스와 앱스토어 등으로 MP3 음원의 유통 생태계부터 구축하는 데 힘썼고 소비자들은 애플의 손을 들어줬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마찬가지다. 99년에 선보인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는 트위터나 페이스북보다 앞선, 세계 첫 SNS였다. ‘도토리(사이버머니)’ ‘일촌(친구 회원)’ 등 독특한 구성으로 2000년대 초반 한때 월 수천만 명의 국내 사용자를 확보했지만 세계로 뻗어나가진 못했다. 지금은 국내 사용자마저 월 170만 명에 그칠 만큼 쇠락했다. 페이스북 등이 공유와 협업을 핵심 가치로 삼는 시대적 흐름에 맞게 개방형 SNS로 승부할 때 기존의 폐쇄형 SNS 역할에만 안주했던 게 패인으로 지적된다.


2003년 대기업인 SK커뮤니케이션즈가 싸이월드를 인수하면서 특유의 ‘벤처정신’을 잃은 게 악수로 작용했다. 조현정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은 “벤처정신을 가진 스타트업이 혁신적 제품을 만드는 퍼스트무버가 된다”면서도 “한국은 불안정한 자본시장과 정부의 부실한 지원책 탓에 우수한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을 제대로 키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의적 아이디어와 벤처정신을 갖춘 스타트업을 위한 경제 생태계 구축에 힘써야 한다는 얘기다. 포켓몬 고 개발사인 나이앤틱 역시 구글의 사내 벤처였다가 분사한 스타트업이다.


이창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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