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을 줄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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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수입이 너무 빨리 늘고 있는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 달러 약세화로 수출에서 다소 숨통이 트이고 이른바 삼저의 기대가 부푸는 가운데서 알게 모르게 수입 또한 크게 늘어났다.
애당초 우리의 산업구조가 수입유발형 또는 수입의존형으로 발전되어 왔기 때문에 조금만 경기가 풀리거나 수출이 늘면 금방 수입이 따라 느는 체질이다.
이런 체질은 자원부족형 경제나 저위 기술경제, 또는 가공형 산업구조에서 흔한 현상이지만 이런 체질을 그대로 두고는 국제수지의 근본적 개선은 결코 기대할 수 없다.
자원과 기술, 소재와 부품의 자급도를 높이고 국산화 대체가 획기적으로 진전되지 않는 한 삼저의 호기는 산업 고도화와 국제수지 개선에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그 반대로 엔고 현상이 자본재와 부품의 수입부담만 높이고 경쟁력과 채산성을 떨어뜨리는 부의 효과가 더 커질 수 있다.
지난 다섯 달의 경험이 그것을 입증한다. 달러·엔 조정 이후 우리의 대외수출이 빠른 속도로 늘어났는데도 대일 무역에서는 오히려 적자가 심화되었다.
특히 올 들어 두 달 동안은 원유 수입부담이 크게 줄어든 데도 불구하고 무려 53억달러 가까운 수입이 이루어져 18·7%의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작년 한해 증가율이 1·6%인 점과 비견하면 엄청난 증가다.
지금 같은 수입추세가 지속된다면 올해 수입총액은 당초계획인 3백 25억 달러는 물론 수정 전망치인 3백 40억달러 조차 능가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되면 원유가 하락에 따른 10억달러의 수입 절감에도 불구하고 올해 무역수지 9억달러 흑자는 무산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따라서 정부는 3저에 따른 망외의 이득에 안주하지 말고 적극적인 수입안정화 시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올해는 수출증대와 경기회복에 따른 수입의 자연증가 말고도 90%선을 넘어설 수입 자유화정책이 가세할 것이다.
수출산업을 중심으로 한 민간의 활발한 투자조차 기계류와 설비수입의 증가를 재촉할 것 또한 분명하다. 이런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삼저의 실효를 국제수지개선에 연결짓기 위해서는 수입의 효율적 억제가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된다.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엔고의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대일 수입의 대체와 국산화가 될 것이다. 소재와 부품산업의 대체와 국산화를 위한 다각적인 투자정책이 제시, 실천돼야 하고 기계류·자본재도 장기적 안목에서 국산화 투자와 개발계획이 마련돼야 할 때다.
소비재 도입이나 에너지 소비도 계속 긴축과 절제로 견제돼야 한다. 일본이 무역수지의 균형을 이룩한 1960년 초까지도 수입개방과 대외거래 자유화정책에 계속 신중했고 기업간의 과당 수입경쟁을 견제하고 산업구조 개편을 착실히 시행하면서 투자·원자재 구입에서도 합리적 시책을 견지한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대만의 경우도 수입대체 투자를 게을리 하지 않아 지난 73년 무역수지의 균형을 이루었고 이때 수입 자유화율은 70%에 불과했으며, 실질적인 금액기준으로는 겨우 50%였다. 자유화확대 이후에도 계속 행정적으로 수입감시를 계속하고 수입 급증 시에는 다시 수입허가제로 돌아서기도 했다.
이 같은 일본·대만의 경험을 참고하면서 과감한 수입대체투자를 실현해야 삼저의 이득이 현실화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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