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2000건의 논문을 학습한 인공지능(AI)이 의사가 진단하지 못하는 병명을 찾아내 환자의 목숨을 구했다고 일본 NHK방송이 4일 보도했다. AI가 일본에서 환자의 목숨을 구한 첫 사례다.
논문 2000건 학습한 IBM ‘왓슨’
일본 60대 암환자 진짜 병명 찾아내
지난해 1월 도쿄대 부속병원에 입원해 급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은 60대 여성이 주인공이다. 그는 진단 이후 2가지 항암 치료를 수 개월간 받았지만 차도를 보이기는 커녕 의식 장애를 일으키는 등 상태가 악화됐다.
이때 결정적인 도움을 준 게 AI였다. 마침 도쿄대 의과학연구소는 미국 IBM이 개발한 AI ‘왓슨’을 도입해 2000여건의 의료 논문을 학습하게 한 뒤 환자를 대상으로 질병 진단과 치료법을 제공하는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의료진이 이 환자의 1500여개 유전자 변화 데이터를 AI에 입력하자 10여 분 뒤 AI가 ‘2차성 백혈병’이라는 또 다른 질병이 진행되고 있다는 결과와 함께 다른 항암제를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따른 치료 결과 이 환자는 입원 8개월만인 지난해 9월 퇴원할 수 있었다.
NHK는 “치료가 늦어졌다면 면역력이 떨어져 패혈증으로 숨질 수도 있는 환자를 AI가 살렸다”고 전했다. AI는 이 여성 외에도 암환자 2명의 정확한 병명을 진단하고 41명의 환자에게 치료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추가로 제공했다.
이 AI를 의료에 적용하는 연구는 미국에서 선행됐다. 암 전문병원으로 유명한 미 텍사스대학 MD앤더슨 암센터와 IBM의 공동 연구 결과, AI의 암 진단과 치료법 제시의 정확도가 96%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되기도 했다.
정종문 기자 person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