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도를 넘어선 중국의 사드 반대 여론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중국이 전방위적인 한국 압박에 나선 모양새다. 중국에서 예정된 한·중 학술행사와 한류 드라마의 팬미팅이 취소되는가 하면 중국 드라마에서 한국 연기자가 나오는 장면이 삭제됐다. 또 우리 기업인의 중국 출입을 편리하게 해주는 상용 복수비자 발급은 요건이 강화돼 사실상 중단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유엔에서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규탄 성명이 딴 목소리 내는 중국으로 인해 채택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테이블 위에 한국을 괴롭힐 수 있는 모든 카드를 꺼내 놓고 이것저것 시험하는 것처럼 보인다.

더 심각한 건 중국 언론의 ‘한국 때리기’ 여론전이다. 막말 수준의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차치하고 이젠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가 박근혜 대통령까지 비판하고 나섰다. 인민일보는 최근 4편의 사드 반대 시리즈 글을 잇따라 실었다. 국제 문제에 대한 견해를 밝히는 ‘중성(鍾聲)’이라는 필명의 칼럼을 통해서다. 지난달 29일 첫 편에선 침통한 대가가 있을 것이란 압박, 1일엔 사드 배치가 (한국) 자신을 태우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저주에 이어 3일엔 ‘한국 영도인은 신중하게 문제를 처리해 소탐대실로 자기 나라를 최악의 상태로 빠뜨리는 것을 피하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한국이 타격의 목표가 될 것’이란 도를 넘어선 협박성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무례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우리는 중국과 똑같은 주권 국가이지만 한편으론 중국을 ‘큰 나라(大國)’로 생각한다. 땅도 너르고 사람도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마음 씀씀이나 행동거지에서 보다 포용적일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다. 그러나 최근 사드 반대에서 보여지는 중국의 행태는 과연 중국이 미국과 함께 세계를 리드해 나갈 수 있는 G2 국가로서의 자질을 갖고 있는가에 대한 의심을 갖게 한다. 중국의 도를 넘어선 여론전이 한국의 ‘사드 반대’ 여론을 부추겨 사드 배치를 철회시키려는 목적 달성에 급급한 나머지 한·중 사이에 지켜야 할 최소한의 존중과 신뢰의 태도마저 저버린 게 아닌가 싶어 심히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