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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라손 대통령취임은 초법적 행사|현행 헌법의 해석과 법적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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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마르코스」독재체제의 붕괴과정에서 일시적이나마 2명의 대통령이 존재했고 더구나 「코라손」대통령의 취임이「초헌법적」상황에서 이루어졌으며「코라손」의 대통령 취임선서가 현행헌법에 따른「마르코스」의 선서문과 약간 달라 이의 해석 및「코라손」집권의 법적 합리화 과정이 관심을 끈다.
「코라손」여사는 국회의 당선 선포라는 형식요건을 갖췄던「마르코스」대통령 취임식 보다 몇 시간 앞서 대통령 취임식을 가졌다.
「코라손」진영은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소수파인 야당 의원만으로 국회를 소집, 「코라손」의 대통령 당선을 선포하는 절차를 밟았다.
「코라손」측의「곤살레스」의원은「코라손」의 취임식에서 야당의원 1백 여명, 기업인, 기타 저명인사들이 서명한「국민의 결의문」낭독을 통해『국민의 주권의지가 부정한 선거 운동 및 결과로 인해 침해, 전복됐다』고 주장, 「마르코스」의 대통령 당선을 선포한 의회 결의는 무효라고 선언해「코라손」여사의 대통령 취임을 정당화했다.
그러나 이는 엄격히 따진다면 헌법 초월적 행사인 셈이다. 필리핀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의 사임 또는 유사시에는 부통령이, 그리고 그 부통령마저 같은 경우에 처하면 국회의장이 대통령직을 승계토록 되어 있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는「마르코스」의 후계는 그의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당선자「톨렌티노」와 「이니게스」국회의장의 순서가 된다.
그러나 국민의 사실상의 지지를 바탕으로 초헌법적 질서 하에「코라손」여사의 대통령 취임은 기정사실화 됐고 따라서「코라손」측은 이를 법적으로 보완하는 조처를 하든가 그대로 밀고 나가는 두 방안이 있다. 법적 보완을 한다면 국회를 소집해 재개표 →당선 번복→재 취임식 거행의 순서가 될 것이나 지난번 개표과정에서 이미 환표가 끝났을 것으로 보여 이 방법으로는 당선 번복이 법적으로는 어려울게 틀림없다. 따라서 의회는 선거과정과 투·개표과정의 부정사례에 근거해「마르코스」의 부정당선을 선포함과 아울러「코라손」의 당선을 정치적으로 선포하는 결의를 할 가능성이 높게 된다.
또 한가지 눈길을 끈 사실은 취임선서가 서로 달랐다는 점이다. 「코라손」대통령은 선서에서 『「기본법」(fundamental law)을 봉사·수호하며「정당한」(just)법을 집행하고…』 라고 한데 반해「마르코스」는 현행 헌법규정에 따라『「헌법」(constitution)을 보존·수호하며「기본법들」(fudamental laws)을 집행하고…』라고 말해 차이점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렇게 다른 점은「코라손」대통령의 선거공약을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코라손」여사는 선거공약을 통해 자신의 첫 시정조치로서 족벌정치에 의한 과두지배체제를 해체하고 민주적인 신 헌법을 제정,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을 제한, 또는 분산시키고 긴급조치권을 없애며 장기집권의 병폐를 막기 위해 6년 단임제를 실시하겠다고 다짐했었다.
따라서「코라손」여사가 대통령 취임 선서에서「마르코스」가 집권 중 여러 차례 개정한 헌법을 인정할 수 없고 더군다나 독재체제유지를 위해 만들어진 소위 현재 필리핀의「기본법들(fundamental laws)」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기 때문에 자연법적인 의미로「기본법」이라는 용어를 헌법 대신 쓰고 독재권력을 위한「기본법들」이라는 헌법규정은「정당한 법들」이라는 용어로 대체했을 것으로 헌법학자들은 보고 있다.
다음은「코라손」과「마르코스」의 취임선서 전문.
◇코라손=『나「코라손·아키노」는 필리핀의 대통령으로서 나의 직분을 성실하게, 양심적으로, 그리고 충실히 수행하며 기본법에 봉사, 수호하며 정당한 법을 집행하고, 모든 국민에게 정의를 실천하며, 국가봉사에 신명을 바칠 것을 엄숙히 선서하오니 신이여 보살펴 주소서.』
◇마르코스=『나는 필리핀의 대통령으로서 나의 직분을 성실하게, 양심적으로, 그리고, 충실히 수행하며 헌법을 보존·수호하며 기본법들을 집행하고, 모든 국민에게 정의를 실천하며, 국가봉사에 신명을 바칠 것은 엄숙히 선서하오니 신이여 보살펴 주소서.』 <이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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