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쫓는 이태원 불량상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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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불량·저질「보세」상품에다 값은 바가지, 두번보기 어려운 뜨내기 손님이라고 막보기 장사에 불친절.
외국인관광객과 주한외국인들 사이에 쇼핑의 명소로 널리 알려진 이태원상가가 일부 업소의 이같이 눈앞이익만 챙기는 신용없는 상술로 손님의 발길을 쫓고 한국의 이미지까지 흐리고 있다.
소문을 듣고 일부러 찾아가 물건을 샀던 관광객들이 뒤늦게 불량품임을 알고 항의를 해오는가 하면 미8군에선 「이태원지역상가 불매운동」이 벌어지는등 이태원경기가 내리막, 실제 매상도 눈에 띄게 줄고있다.
◇불량품 판매 = 미8군 「돈·로자스」중령(42)은 지난달 중순 이태원 B양화점에서 「ReeBok」모조상표의 보세품구두 1켤레를 10달러에 구입, 미콜로라도주에 사는 딸에게 우송했다.
그러나 이달초 본국의 딸로부러 「열흘도 신지 않아서 구두창이 떨어져 나갔다」는 편지를 받고 흥분, 양화점에 찾아가 항의키 위해 『떨어진 구두를 다시 소포로 부치라』는 편지를 띄우고 기다리고 있는중이다.
또 미8군 민간인 「킥· 라이튼」씨(32)는 지난 3일 크라운호텔부근 모공구상에서 타이어체인 한쌍을 2만5천원에 구입, 타이어에 채웠으나 눈길을 달리자마자 한쪽체인이 끊어지고 말았다.
「라이튼」씨는 공구상에 찾아가 교환을 요구했으나 『제품회사에 직접 알아보라』며 거절, 끝내 발길을 돌려야 했다. 미공군소속 「마일」씨(35·여)는 지난 5일 A의류상에서 「Polo」상표가 붙은 T셔츠1개를 1만1천원에 사입었다.
그러나 한번 세탁하자 울이 뒤틀리고 색상이 변해 자세히 살펴보니 「면65%, 폴리에스터 35%」는 거짓으로「폴리에스터 1백%」의 가짜「Polo」상품이었으며 똑같은 옷이 다른 지역의 가게에서는 9천원 이하였다.
◇불친절=미육군으로 용산에서 근무하는 「메리」상병(25)은 『이태원상인들이 과다한 경쟁을 벌인 나머지 외국손님을 마구잡이로 대하는등 불친절한 경우가 많다』며 『손님을 앞에 두고도 「얘들, 쟤들」이라고 함부로 말해 갈수록 이태원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지고있다』고 말했다.
◇불매운동=미8군 장교부인회는 지난해 12월말부터 미군내 잡지인 『OFF DUTY』지에 「이태원상가의 물건들이 값이 비싸고 질이 좋지않으니 구입하지 말자」는 내용의 글을 싣고 불매운동에 들어갔다.
또 미8군 소속 「랩」소령(35)도 최근 「나는 미8군 정보·통신계통에서 일하는「램」소령이다. 며칠전에 ××에서 딸 (18) 의 외출복을 마췄다. 이집은 아주 나쁜집이다. 이 집에선 물건을 사지말자」라고 타자한 유인물 1백여장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바가지 요금에다 옷도 며칠만에 망가져 못입게 되었기 때문.
◇매상감소=잠바 전문집인 현대의류 주인 고언석씨(47)는 『최근1∼2개월 사이에 외국손님들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며 『작년 1, 2월과 비교할때 50%수준의 매상밖에 되지 않는다』 고 말했다.
스웨터점을 경영하는 윤세중씨 (29)도 『갈수록 외국손님이 줄어들어 작년대비 매상이 2O%정도 떨어졌다』 며 걱정했다.
현재 이태원에는 보세품을 주로 파는 옷가게 8백2곳, 스포츠용품점 4O곳, 가죽제품가게 1곳, 양화점 37곳, 액세서리가게 73곳등 1천3백64곳의 가게가 영업을 하고 있다. <고도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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