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주세요" 갯벌에 갇힌 청각장애인들 '문자메시지' 구조요청으로 구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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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후 9시40분쯤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용듸갯벌. 바닷물이 빠진 갯벌에서 고동을 채취하던 청각장애인 A씨(66) 등 3명은 순간 스산한 기운을 느꼈다. 갑자기 안개가 몰려온 것이다. 짙은 안개로 바로 코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 방향 감각을 잃은 이들은 즉각 119에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구조요청을 했다.

119를 통해 신고를 받은 인천해양경비안전서는 해경특공대와 해군, 어촌계원 등 50명을 동원해 즉각 이들을 찾아나섰다.

하지만 어두컴컴한 밤인데다 안개까지 심해 넓은 갯벌에서 이들을 쉽게 찾을 수 없었다.
더욱이 A씨 등이 방향감각을 잃은 탓에 '갯벌'이라고만 문자를 보내왔을 뿐 정확한 위치를 알리지도 못했다.

해경은 이들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를 받았는데도 대답이 없었다.
이들이 청각장애인이라는 것을 직감한 해경은 신고자의 휴대전화로 '위치파악을 하려고 하니 GPS(위치파악시스템)를 켜 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고령인 이들은 GPS를 켜는 방법을 몰랐다. 답변이 없자 해경은 다시 '불빛을 비추는 등 위치를 알 수 있도록 신호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수색에 나선지 1시간이 지났을 무렵 어디선가 희미하게 호각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난 곳으로 찾아가니 A씨 등이 호각을 불며 구조요청을 하고 있었다.

해경 조사 결과 이들은 모두 청각장애인으로 연평도에 사는 지인을 만나서 전날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이들을 무사히 구조해 집으로 돌려보냈다. A씨 등은 해경센터로 찾아와 고개를 숙이며 여러 차례 고마움을 표시했다.

인천해경 관계자는 "당시가 썰물 때라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다"면서도 "A씨 등이 많이 놀라긴 했지만 건강엔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사진 인천해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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