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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기의 反 금병매] (98)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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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맹씨의 시외삼촌 되는 장사는 맹씨가 남편으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을 가로채려는 속셈으로 맹씨를 대가방에 있는 상추관의 아들 상거인의 후실로 보내기로 하였다. 거인이라는 것은 향시(鄕試)에 합격한 자를 일컫는 말이었다. 물론 장사와 상거인 사이에는 밀약이 되어 있었다. 상거인이 맹씨와 혼인을 한 후 맹씨의 재산 반을 장사에게 빼돌리는 조건으로 장사가 중매를 추진하기로 하였다. 집안이 그리 넉넉지 못한 상거인으로서는 맹씨의 재산 반만 차지해도 꿩 먹고 알 먹는 격이었다.

자고로 돈 많은 여자에게 접근하는 남자들은 음흉한 꿍꿍이속이 있으니 조심할진저.

그런데 장사가 소문에 듣기에 중매쟁이 설씨가 청하현에서 부자로는 첫째, 둘째를 다투는 생약가게 주인 서문경에게 맹씨를 시집보내려 한다고 하였다. 상거인과 서문경 두 사람을 놓고 비교해 볼 때 보통 여자 같으면 서문경 쪽으로 쏠리는 것이 인지상정일 것이었다.

다급해진 장사는 서문경과 그 집안을 뒷조사해 나쁜 점들을 수집하여 맹씨를 찾아갔다.

"조카가 재혼을 하는 것은 나도 적극 찬성이지만 서문경만은 안 되네. 그 사람에 대한 소문이 좋지 않아. 나라의 전매품인 생약들을 팔고도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현청 관리들에게 뇌물을 먹여 돈을 버는 졸부란 말일세. 그리고 요즈음은 일전에 죽은 무대도 서문경이 무대 아내인 반금련과 짜고 독살을 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그런데 검시관과 관리들에게 뇌물을 먹여 무대를 그냥 자연사로 처리해버렸단 말이야. 그런 악독한 살인자에게 시집갈 여자는 없을 거야. 그렇지 않은가, 조카?"

"나도 그런 소문을 듣기는 했지만 아무 증거도 없다면서요?"

"무대 시체를 화장해 완전히 증거를 없애버려서 그렇지."

"사람들은 증거도 없이 공연히 남 헐뜯는 이야기를 지어내는 걸 좋아하는 법이잖아요."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굴뚝 옆에서 일부러 연기를 피울 수도 있어요."

"우리 조카는 마음씨가 워낙 착해서 세상 남자들도 다 좋게 보이는 모양인데, 실상은 그렇지가 않아. 조카는 세상을 잘 몰라 탈이야. 서문경이 여자를 몇 명 데리고 사는지 알아? 정부인 오천호의 딸 이외에 첩이 서너 명이나 돼. 그리고 첩의 몸종들도 모조리 건드려 머리를 올려주기를 기다리는 계집종들만 해도 열명이 넘는다더군. 그런 집안에 조카가 들어가서 어떻게 견딜 거야? 여자 셋만 모여도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아옹다옹인데."

"요즘 세상에 첩 서너명 안 데리고 사는 남자가 어디 있어요? 거리에서 자식들과 함께 동냥을 다니는 노숙자들도 첩들을 가지고 있잖아요."

"그야 그런 노숙자 신세가 되기 전에 데리고 살던 여자들이지. 집안이 망해가지고 여자들도 함께 동냥을 다니는 거지."

"꼭 그렇지도 않아요. 남자 노숙자가 같은 여자 노숙자들을 첩으로 삼는다고도 해요."

"하필이면 비유를 그런 데다 드나. 아무튼 서문경은 복잡한 집안이야. 하지만 일전에 내가 추천한 상거인은 학문도 깊고 인품도 좋아 사람들의 칭찬이 자자하다고. 서문경만큼 재물은 없다 하더라도 별로 부족한 것이 없는 집안이야. 재물만 많아서 뭐해? 골치만 아프지. 재물도 상거인처럼 적당히 있어야 덕을 세우는 거야. 서문경처럼 재물을 첩질에나 쓰면…."

"그런 식으로 따지면 외삼촌도 서문대인 못지 않잖아요? 첩들이…."

장사가 속이 뜨끔하여 얼른 맹씨의 말을 막았다.

"어, 날씨가 왜 이리 덥지? 시원한 차 한잔 더 마시고 싶네."

"옛말에도 '배가 많다고 길이 막히지는 않는다(船多不碍路)'고 했어요. 집안에 여자가 많다고 시끄러우라는 법은 없어요. 집안이 어수선하다면 내가 들어가서 분위기를 바꾸어놓겠어요. 정부인은 내가 깍듯이 큰형님으로 모시고 첩들도 순위에 따라 대접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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