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 5000만원 ‘돈다발’ 노숙자 돈 출처 알고 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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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2억원이 넘는 현금 가방을 분실했다가 되찾은 70대 노숙자가 가족을 되찾은 가운데 1억 원짜리 수표 2장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노숙자 A씨가 당시 가지고 있던 돈은 총 4억 5000만원으로 아파트 한 채 값이다. 거액의 출처는 A씨가 15년 동안 성인용품을 팔아 모은 돈이다.

지난 1일 목포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현금 2억5000만 원이 들어있는 여행용 가방을 잃어버렸다가 경찰의 도움으로 되찾은 A(75)씨가 서울에 거주하는 아들(42)과 연락이 닿았다.

A 씨는 경찰에서 “고향은 전남의 한 도시인데 젊은 시절 성인용품 노점상을 해 돈을 모았다”고 했다. 그는 거액을 소지하고 있지만 건물옥상에서 잠을 자거나 노인복지시설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등 거의 노숙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당하게 번 돈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A씨는 “시중은행을 믿을 수 없다”며 일주일 전에 갑자기 전남의 한 농협에서 전 재산을 현금으로 찾아 직접 지니고 다니며 목포 역사에서 노숙 생활해 왔다. 두 달 전부터 집이 있는 나주에서 목포를 오갔는데, 더러운 옷차림 때문에 모텔에서 받아주지 않자 노숙을 하다 돈가방을 분실했다

당초 A씨는 치매 노숙자로 알려졌지만 기억력과 자기 돈을 지키려는 인식은 분명했다.
경찰은 A씨의 주민등록증을 토대로 가족을 수소문한 끝에 서울에 거주하는 아들과 전화통화하는 데 성공했다. 경찰은 A씨가 현금 2억5000만원 외에 1억 원짜리 수표 2장도 몸에 지니고 있는 것을 확인, 보호자가 없을 경우 범죄에 노출될 우려가 크다고 보고 아들에게 ‘아버지를 보호해 줄 것’을 당부키로 했다.

경찰이 노숙을 걱정해 목포시 등의 협조를 얻어 복지시설에 임시 거처를 마련했으나 A씨는 노숙이 익숙하다며 이를 거부, 평상시 거처로 삼아온 목포역사에서 노숙으로 하루를 보냈다. A씨의 현금을 보관하고 있는 경찰은 A씨의 아들과 상의해 현금을 통장으로 입금할 계획이다.

경찰은 “A씨는 금융기관도 믿지 못할 정도로 정신적인 강박증을 보이고 있다”며 “가족 등 믿는 사람이 주변에 없을 경우 범죄 등 큰 봉변을 당할 가능성이 커 가족에게 인계되기 전까지는 신변을 철저하게 보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A씨는 지난달 오후 4시 40분쯤 2억원이 넘는 현금을 담은 가방을 잃어버렸다가 경찰의 수사로 하루 만에 되찾았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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