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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 농성장에 울린 소녀시대 '다.만.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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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를 쓴 앳된 여학생들 앞을 무장한 경찰들이 막아서고 있다.

민중가요 대신한 이색풍경에 대중 공감대 형성

강제 해산 명령을 기다리는 경찰들 앞에 선 여학생들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민중가요가 아니라 아이돌 그룹 소녀시대의 인기곡 '다시 만난 세계'다.

여학생들의 발랄한 목소리에 결의가 섞여있다.

지난달 30일 본관을 점거한 이화여대 학생들의 농성장 풍경이다.

학생들은 평생교육 단과대(가칭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에 반발하며 지난달 28일부터 총장실이 있는 대학 본관에서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후 10시50분쯤 이대생들의 시위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Save Our Ewha'와 유튜브에 올라온 이 영상은 16만회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영상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뜨겁다. 낯설지만 학생들의 의지가 잘 이해된다는 호평이 주를 이룬다. 1980년대 미국의 힙합 그룹 퍼블릭 에너미의 멤버 척 디(Chuck D)가 남긴 "힙합은 흑인들의 CNN(Black CNN)"이라는 말에 견주기도 한다. 저항적 의미로 대중가요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됐다는 평가다.

생뚱맞을 수도 있겠지만 대중에게 낯설고 숙연한 민중가요가 흐르는 시위 현장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최경희 이대 총장은 미래라이프대 설립 절차를 당분간 중단하고 학생들과 대화에 나서겠다고 1일 밝혔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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