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고소왕 에르도안의 선처?…"대통령 모욕죄 소송 모두 취하"

중앙일보

입력

기사 이미지

국민들을 상대로 제기했던 약 2000건의 대통령 모욕죄 소송을 모두 취하하겠다고 밝힌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사진 에르도안 페이스북]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자신을 모욕한 국민들을 상대로 제기했던 소송을 모두 취하하겠다고 밝혔다.

에르도안은 29일(현지 시간)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지난 15일 발생한 군사 쿠데타 희생자를 추모하면서 “대통령 모욕죄로 제기한 소송을 모두 취하하고 용서하겠다”고 말했다고 BBC가 보도했다.

그는 실패로 끝난 군사 쿠데타를 계기로 ‘통합’(unity)에 대한 영감을 받았다고 소 취하 이유를 밝혔다.

2014년 총리에서 대통령으로 취임한 에르도안은 취임 후 1년 6개월 동안 대통령 모욕죄로 언론인 등 2000명 가까운 국민들을 고소했다. 일부는 기소돼 재판에도 넘겨졌다.

그동안 '고소왕' 에르도안의 송사는 애먼 전과자를 양산했다. 미스 터키 출신 모델 메르베 뷰육사라츠(27)는 SNS 계정에 ‘주인님의 시’라는 풍자 시를 공유했다가 대통령 모욕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지난 5월 31일 향후 5년간 재범을 하지 않겠다는 조건 하에 집행유예 1년 2개월을 선고받았다.

터키에는 대통령을 모욕하면 최대 징역 4년에 처할 수 있다는 법이 있지만 에르도안 취임 전까지 실제로 적용된 사례는 거의 없었다.

대통령 모욕죄로 기소된 20여 명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 오즈구르 우르파는 “피소된 이들은 대부분 집회에서 구호를 외친 사람들”이라며 “정부의 기소 행태는 협박”이라고 비판했다.

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