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당대표 도전 6명 중 4명 “최대 라이벌 이정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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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8·9 전당대회에 나선 6명의 당 대표 후보들 중 4명이 이정현 의원을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꼽았다. 후보 등록을 하루 앞둔 28일 중앙일보가 ‘나 다음 2등은 ○○○ 후보다’란 질문을 각 후보와 선거 캠프에 던졌을 때 돌아온 결과다.

‘나 다음 2등은 ○○○ 후보’ 설문
정병국·주호영·김용태·한선교 답변
정작 이정현은 “모두가 경쟁 상대”
이주영은 “비박계 최다선 정병국”

특히 비박계 후보로 분류되는 정병국·주호영·김용태 의원이 모두 이정현 의원을 지목했다. 주호영 의원은 “일반 국민 상대 여론조사로 인지도가 높은 이정현 의원이 가장 높게 나오고 있다”며 “현재로선 가장 강력한 후보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병국 의원 캠프 측도 “높은 인지도와 배낭을 메고 혼자 돌아다니면서 민심을 탐방하는 ‘나 홀로 캠프’ 같은 차별화된 선거운동이 홍보 효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용태 의원 캠프 관계자는 “호남에서 살아 돌아온 ‘박 대통령의 복심(腹心)’(이정현)과 수도권에서 살아남은 ‘혁신의 상징’(김용태) 간의 대결 구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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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계 후보 중엔 한선교 의원이 이정현 의원을 라이벌로 선택했다. 그는 “이정현 의원이 강한 건 사실”이라며 “인지도나 여론조사에서는 내가 그렇게 뒤질 건 없는데 이 의원에겐 호남이란 기반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같은 친박계 이주영 의원은 비박계 정병국 의원을 라이벌로 꼽았다. 이주영 의원 캠프 관계자는 “친박 대 비박의 대결로 볼 때 아무래도 비박계 최다선인 정 의원이 이주영 의원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라고 밝혔다.

정작 이정현 의원은 “나에겐 모두가 라이벌”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익명을 원한 캠프 관계자는 “스스로 강자라고 생각하는 후보는 라이벌을 만들려 하지 않는다”며 “언급하는 것 자체가 상대방을 띄우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계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정현 의원이 전대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가운데 비박계 정병국·김용태 의원이 이날 후보 단일화에 전격 합의했다. 고만고만한 레이스에서 단일화를 통해 단숨에 당권을 사정거리 안에 두겠다는 게 양측의 전략이다.

두 의원은 이날 “당을 위기로 몰아넣은 특정 계파 패권주의를 배격하는 개혁 세력의 구심점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갑작스럽게 단일화를 결정한 배경에 대해 두 캠프 관계자들은 “어제 서청원 의원 주재 만찬 모임에서 친박 세력이 모이는 것을 보고 나서 단일화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단일화는 새누리당 지지자 70%, 일반 국민 30% 비율의 여론조사로 결정한다. 양측은 28~29일 두 여론조사 기관이 조사한 결과를 발표한다.

다만 비박 후보인 주호영 의원은 이번 단일화 협상에 참여하지 않았다. 주 의원은 “나는 어느 계파에도 속하지 않은 중립 후보”라면서도 “기본적으론 단일화 없이 간다는 입장이지만 후보 단일화 등으로 두 계파 간 대결 구도로 간다면 단일화 틀에 들어갈지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계도 물밑 단일화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친박 핵심으로 꼽히는 홍문종 의원의 27일 불출마 결정 이후 ‘친박계가 기존 친박 후보 중 어느 후보를 밀기로 교통정리를 했다’는 얘기들이 나돌고 있다. 특히 친박계 ‘맏형’ 서청원 의원 주재 만찬에 참석했던 한 충청권 의원은 “공식 발언 중에선 특정 후보를 언급한 일이 없었지만 식사 중 ‘모 후보가 무난하지 않으냐’는 얘기들은 많이 오갔다”고 전했다.

이충형·채윤경 기자 ad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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