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왜 나한테만 자꾸 그래"…박지원 "형님을 바른길로 모시려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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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와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를 놓고 '뼈있는 대화'를 나눴다.

김 대표와 박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후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대한 황교안 총리의 국회 시정연설이 끝난 뒤 본회의장을 빠져나가다 마주쳤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와 박 비대위원장은 뼈있는 농담을 나눴는데, 양당 관계자가 전한 대화 내용은 이렇다.

▶김 대표=“요즘 왜 나한테만 자꾸 그래, 그만해.”
▶박 위원장=“아니, 형님을 바른길로 모시려고 그러죠.”
▶김 대표=“알았어, 알았어.”
▶박 위원장=“알았다고 했으니 (사드 배치 반대로) 돌아섰다고 발표할게요.“

두 사람이 이 같은 대화를 나누게 된 건 박 위원장이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때문이다. 박 위원장은 “김종인 대표께서는 5.18, 햇볕정책 발언에 이어 사드 배치도 찬성한다면 아무래도 더민주에 잘못 오셨던지 친정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시는지 분간이 어렵다”며 “죄송합니다만 형님의 정체성은 어느당에 속하십니까?”라고 썼다.

국민의당은 더민주에 사드 배치 반대와 함께 사드 배치에 대한 국회 비준 동의안 제출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내자고 제안했지만 더민주는 호응하지 않고 있다. 당내에서 사드 배치에 반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김 대표는 ‘전략적 모호성’ 등을 이유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박 위원장은 지난 25일에도 페이스북에 “우병우 한 사람을 한 사람(박근혜 대통령)이 지키니 온 국민이 분노하고 한사람(박 대통령)이 사드 배치 결정하니 한 사람(김 대표)의 전략적모호성으로 국회 동의 촉구 결의안을 제출하지 못한다”며 “원래 그 두 한 사람(박 대통령-김 대표)은 한 배를 탔던 사람들이니 그 한 사람(김 대표)도 여당으로 가시려는지 복잡한 현실이다”고 말했다.

김 대표와 박 위원장은 30년 동안 인연을 이어온 사이다. 박 위원장은 지난 5월에는 “김 대표는 고수이고 저는 저수(低手)”라는 표현으로 김 대표를 추켜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두 야당이 사드 배치에 대해 다른 입장을 내며 신경전이 시작됐다. 지난 12일에도 두 사람은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햄릿’을 함께 관람했는데 이 자리에서도 박 위원장이 기자들에게 “그분(김종인)은 (사드 배치에) 찬성하니까 규탄을 해야죠”고 말했다. 이 이야기를 건네 들은 김 대표의 부인인 김미경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박 위원장에게 ”우리 남편 좀 그만 혼내라“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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