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공항 직원, 중여권에 'F*** You' 쓴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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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민들의 여권 가운데 2012년 이후 제작된 신형 여권엔 중국 지도가 그려져 있다. 모두 세 군데(8쪽, 24쪽, 46쪽 상단)에 바탕 그림으로 인쇄된 이 지도에는 중국이 주장하는 남중국해 지역 경계선인 구단선(九段線)이 그려져 있다. (사진 참조)

일반적인 용도의 중국 지도에는 표기되는 경우가 드문 구단선을 그려 넣은 것은 남중국해 영유권에 대한 입장을 국제적으로 확고히 전파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 언론들에 따르면 최근 베트남에 입국한 중국인의 여권 가운데 구단선 부분이 고의적으로 훼손된 사건이 발생했다. 광둥성에 사는 한 중국 여성이 최근 베트남 남부 대도시 호치민에 도착해 입국 검사를 받은 뒤 자신의 여권 두 군데에 영어 욕설인 'Fu** You'가 낙서되어 있는 사실을 발견하고 중국 언론에 제보했다.

각각 8쪽과 24쪽에 인쇄된 구단선 부분이었다. 이 여성은 "모욕감을 느꼈고, 베트남 공무원들의 소양에 대단히 실망했다"며 낙서가 입국심사관의 소행인 것으로 의심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 사실이 중국 언론에 보도되자 호치민 소재 중국 총영사관은 즉각 베트남 정부에 항의했다. 호치민 주재 중국 총영사관은 “중국 여권을 훼손한 것은 중국 공민의 국격과 인격을 손상시킨 부끄럽고 비겁한 행위로 중국은 분개와 멸시, 규탄을 표시한다”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와 함께 베트남 정부에 이번 사건을 조사해 책임자를 엄정히 처리해 유사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보장해 줄 것을 요구했다. 베트남은 조사에 착수할 것임을 표시했다고 중국 총영사관은 밝혔다.

구단선

중국이 남중국해의 관할권 경계를 표시한 선. 지금과 같은 형태의 구단선은 2차 대전 기간 중 이 일대를 장악하던 프랑스와 일본이 철수한 후인 1947년 당시 국민당 정부가 '11단선'을 그은 게 시초다. 그 뒤 53년 베트남 영토인 통킹만 인근의 선 두 개를 삭제해 구단선이 됐다. 베트남과 필리핀 등 남중국해 연안 국가들은 구단선에 바탕을 둔 중국의 영유권 주장에 반대하고 있다. 국제법정인 상설중재재판소(PCA)는 필리핀이 제기한 중재재판에 대한 판결문에서 중국이 주장하는 구단선에 아무런 국제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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