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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이 없어지면 좋겠다" 일본의 끔찍한 흉기 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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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가나가와현 사가미하라시에 있는 장애인 시설 `쓰구이 야마유리엔` 에서 26일 경찰과 구호요원들이 칼부림 난동사건 피해자들을 앰뷸런스에 싣고 있다. 이날 새벽 26세 남성이 시설에 난입해 입소자들을 대상으로 칼을 휘둘러 최소 15명이 사망하고 4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일본 도쿄 서부 가나가와(神奈川)현 사가미하라(相模原)시에 있는 지적 장애인 시설에서 20대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최소 19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NHK에 따르면 26일 오전 2시 반쯤 사가미하라시 북부 산자락에 자리잡은 장애인 시설 ‘쓰구이(津久井) 야마유리엔’에 26세 남성이 침입해 장애인과 직원 등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지지통신은 최소 19명이 숨지고 20명이 중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현지 경찰 발표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사건의 용의자는 해당 시설에서 근무한 적 있는 우에마쓰 사토시(植松聖·무직)로 흉기를 들고 몰래 들어가 살상극을 벌였다. 아사히신문은 우에마쓰가 “장애인들이 없어지면 좋겠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쓰구이야마유리엔 직원으로부터 “흉기를 든 남자가 시설에 침입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된 시각은 오전 2시 반쯤. 경찰이 현장에 긴급 출동했을 때는 이미 상황이 종료된 뒤였다. 시설 주변에 사는 여성은 "오전 3시 반쯤에 경찰차가 오고 경찰관이 시설 안으로 들어갔다”며 “경찰관들이 ‘위험하니까 집 안으로 들어가라’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후 경찰관들이 검은 옷을 입고 머리를 염색한 범인을 순찰차에 태워 데려갔다고 설명했다. 목격자들은 피투성이의 사망자와 부상자들이 이송됐다며 참혹한 현장의 모습을 증언했다.

사가미하라시 쓰구이 경찰서는 우에마쓰 사토시를 살인 혐의로 체포해 장애인 혐오에서 비롯된 범행인지 여부를 포함해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 우에마쓰는 “내가 저질렀다. 흉기로 찌른 것은 틀림없다”고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서에 도착했을 때 그는 검은색 T셔츠를 입고 있었다.

사건이 발생한 쓰구이야마유리엔은 JR사가미코 역에서 동쪽으로 약 2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고 주변에는 초등학교와 공민관, 진료소 등이 있다. 가나가와현이 설치해 사회복지법인 ‘가나가와 공동회’가 운영하는 지적 장애인들의 입소 시설이다. 부지 면적은 약 3만890㎡로 북동쪽에 정문이 있고 남쪽에 사무실과 진료소 등이 들어 있는 관리동이 있다. 또 남쪽에 거주동이 있다. 거주동은 동쪽과 서쪽 2개로 나뉘어 있으며, 이 중 동쪽 거주 동은 1층에 여성이, 2층에 남성과 여성이 거주하고 있다. 서쪽 거주동 1층과 2층에서는 모두 남성이 생활하고 있다. 단지 내에는 작업동과 운동장, 야외 수영장, 체육관 등도 있다.

시설은 장애인의 식사와 목욕 등을 도와주는 ‘시설 입소 지원’과 일상생활 지원에 맞춰 가벼운 작업 등의 생산 활동과 창작 활동의 기회를 제공하는 ‘생활 개호’를 하고 있다. 일시적인 입소 서비스인 ‘단기 입소 지원’도 하루 10명 가량 이용하고 있다.

가나가와현에 따르면 시설에 장기 입소한 사람은 지난달 말 현재 18세에서 75세까지 남녀 149명으로 모두 거주동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전원이 지적 장애인이며 신체장애와 정신 장애를 함께 가진 사람도 있다. 149명의 장기 입소자 가운데 60세 이상이 40명으로 30% 가까이를 차지하며 30년 이상 입소한 사람이 32명, 최장 52년간 입소한 장애인도 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이어서 제대로 저항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이정헌 특파원 jhleeh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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