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공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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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시내에서 신선한 공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환상 같은 얘기가 되고 만 것 같다. 새벽 일찍 일어나 창문을 열면 매캐한 냄새로 숨이 콱 막히는 일도 아파트 밀집지역에서는 드문 일이 아니다.
아파트와 빌딩, 그리고 각 가정의 크고 작은 보일러에서 내뿜는 매연과 시시각각으로 증가 일로에 있는 차량의 배기가스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그칠 사이 없이 뿜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대기 오염치 한번 발표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도시 주민들은 다만 공기가 탁하다는 사실만을 감각적으로 느낄 뿐 호흡하는 공기가 얼마쯤 화학물질에 오염돼 있는지를 알 길이 없었다.
다행히 이번 국립환경연구소가 「수도권 대기중의 스모그 현상에 관한 연구」를 시도함으로써 그 심각성이 객관적인 수치로 밝혀졌다 서울시내 4개 지역에서 작년 한햇동안 평균 3일에 하루 꼴로 스모그 현상이 발생했고 그 원인물질의 대부분이 아황산가스임이 드러났다. 차량의 배기가스에 의한 것보다는 난방연료와 각종 매연에 의한 이른바 런던형 스모그라는 것이다.
그것이 LA형이건 런던형이건 유류가 불완전 연소 할 때 발생하는 각종 가스에 의한 대기오염 현상임은 마찬가지다. 특히 런던형의 경우 아황산가스가 주범이다.
석유와 석탄 등 화석연료에는 많든 적든 유황성분이 포함돼 있어 이 것을 태울 경우 아황산가스가 발생한다. 이 가스는 0·015PPM 정도의 저 농도에서도 1년 가량 오래 흡입하면 심장이나 혈관 관계질병에 걸리는 유독 성분이다.
기관지의 점액분비가 늘어나 섬모운동이 감소하고 부증이 생겨 천식 발작을 일으키고 폐암발생을 촉진시킬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아황산가스는 공기 중에서 상당량이 황산으로 변하고 이것이 수분과 결합하여 황산액체 미립자가 된다. 이 황산 미립자는 햇빛 속의 자외선에 의해 광화학 반응을 일으켜 이른바 광화학스모그의 주역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곧 산성비의 원인이 된다.
이러한 스모그현상의 직접적인 피해로는 1930년 벨기에의 공업지대 뮈즈에서 4일 동안 60여명이 사망한 사건과 1948년 미 펜실베이니아 도노라에서 20여명의 사망자와 6천여명의 환자를 낸 사건이 있다.
또 1952년 런던에서 4천여명이 사망한 사건은 스모그 피해로 역사상 가장 참혹했던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이러한 스모그현상이 가져오는 산성비가 자연에 미치는 피해는 엄청나다. 1년에 일본국토 전면적 만큼의 삼림이 소멸되어 지구의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원인은 스모그현상에 있다.
서울하늘이 사흘이 멀다하고 아황산가스와 먼지 등이 원인이 되어 스모그로 뒤덮인 다는 사실은 이토록 엄청난 인간과 자연의 피해를 예고하는 중대한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우선 연료에서 유황 성분을 가능한 한 제거하는 일이 시급하다. 정부가 서울의 난방연료를 전면적으로 가스화 한다는 방침은 공해방지를 위해서는 시급히 서둘러야 할 과제다.
또 차량의 배기가스도 농도규제에서 총량규제로 방향을 전환 해야한다. 차량 댓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있어 개별 차량의 배기가스를 일정한 농도로 규제하는 것만으로는 공해방지 효과를 거둘 수 없는 실정이다.
자연이 인간을 보호할 힘을 상실하기 전에 인간이 자연의 보호에 총력을 기울여야할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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