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예금통장 비밀번호는? 내일 유리문에 붙여놔라. 알리지마라. 누구한테도 알리면 불지르겠다』
서울 석관1동에 사는 정원용씨 (26·보일러기사)는 23일밤 안방 장롱서랍 사이에 끼여있는 협박편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글씨체를 못 알아보도록 한획 한획을 자를 대어 쓴 16절지의 협박장.
정씨는 이틀전인 2l일 장농속에 넣어두었던 4백50여만원이 예금된 종합예금통장과 인감도장을 도둑맞아 경찰에 신고 했었다. 협박장은 바로 그 범인의 것으로 보여졌다.
범행 1주, 협박장이 발견된지 닷새만인 28일 경찰은 범인을 잡아냈다. 놀랍게도 범인은 정씨와 같은 집 옆방에 세들어 사는 중학 1년생인 권모군 (14). 반신반의로 권군을 범인으로 찍었던 경찰관은 권군의 자백과 숨겨놓은 통장·도장등 물증을 확보하고 어이가 없어 혀를 내둘렀다.
『우리 클 때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권군은 통장을 훔쳤으나 비밀번호를 몰라 돈을 찾을수 없자 이틀간의 궁리 끝에 『TV에서 본 협박장을 생각해냈다』고 털어놨다.
권군의 범행사실을 듣고서 동네이웃들은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렇게 착한 학생이 설마』
국교 6년개근에 온순한 성격, 학교나 집에서나 말썽 한번 부린적도 없는 모범소년.
그러나 그 마음속에는 우리사회에 만연돼 있는 황금제일 한탕주의의 독버섯이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다른 아이들처럼 돈 좀 써보고 싶었어요.』 권군이 털어놓은 범행동기.
그「돈」을 위해서 권군의 아버지는 5년동안 해외에 나가있고, 어머니는 권군에게 주는 하루 용돈을 2백원으로 제한하고 있었다. <양두일 기자>양두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