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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한국형 공동주택’ 서울 아파트 50년 변천사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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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된 땅에 최대 이익 남기려 대단지·초고층 개발 박차… 초고층 이후의 재개발 한계 고려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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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들어 영등포와 한강 일대 개발이 시작되면서 아파트 건설이 본격화됐다. 그 결과 서울시 면적의 30%가 아파트 단지로 채워졌다(2010년 기준). 아파트의 외관이 서울의 스카이라인을 결정짓게 된 것이다.

외국의 한 사회학자는 한국을 일러 아파트공화국이라고 불렀다. 아파트는 도시인의 삶을 규정하는 제1조건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최근 서울시가 도시인의 주거생활의 표본이라 할 아파트 설계에 큰 변화를 예고했다. 1961년 처음 지어진 마포아파트부터 2002년의 주상복합 아파트 시대를 열어젖힌 60층 타워팰리스에 이르기까지. 서울시민의 주거 생활과 서울시의 스카이라인을 바꾸어온 아파트 50년사를 정리했다.

고속 성장과 부(富)의 욕망이 낳은 거대한 기념비

서울시가 최근 ‘성냥갑’ 아파트를 대체할 새 디자인 검토에 착수했다. 네모 반듯한 블록 모양의 성냥갑 아파트가 천편일률적으로 도시를 병풍처럼 둘러싸면서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서울시의 총면적 605㎢ 가운데 주거지역은 307㎢. 여기서 학교, 공공청사 등을 제외하면 순수 주거지는 223㎢이다. 2010년을 기준으로 이 중 30%에 달하는 66.5㎢가 아파트 단지로 채워져 있다. 결국 아파트의 외관이 곧 서울의 전체 스카이라인을 결정짓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두고 서양의 한 사회학자는 대한민국의 몇몇 도시를 둘러보고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별칭을 붙이기도 했다.

우리나라 아파트의 효시(曉時)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학자마다 의견이 갈린다. 일제강점기에 서울 회현동에 들어선 미쿠니아파트나 충정로 토요다아파트, 1956년에 지어진 행촌아파트 등을 시초를 꼽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 아파트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 꼽히는 단지형 아파트의 등장은 1961년 마포구 도화동에 건설된 마포아파트라는 데 이견이 없다.


| 1960년대 마포에 단지형 아파트 첫 등장



이 아파트는 마포형무소 농장터에 지어진 10개 동 642가구로 지어졌다. 단지 안에 공원과 녹지, 운동장 등 아파트 커뮤니티의 출발점이 되는 공간도 확보했다. 아파트 단지 안에서 쇼핑과 레저,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시도였다.

마포아파트는 단순한 아파트 주택으로서만이 아니라 ‘근대화’와 ‘생활혁명’의 상징으로 꼽힌다. 당시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은 마포아파트 준공식에 직접 참석해 “혁명 한국의 상징이 되길 바란다”며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마포아파트의 내부 설계는 ‘과거와의 단절’을 시도했다. 가장 큰 특징은 재래식 화장실과 아궁이식 부엌을 없애고 수세식 화장실과 입식(立式) 부엌을 들여온 것이다.

하지만 한국 특유의 온돌은 그대로 유지됐다. 이미 앞서 지어진 종암아파트(1958년)에도 연탄보일러를 도입하고도 방은 온돌식 난방을 유지했다. 당시 종암아파트는 온돌을 설치하기 위해 실내에 계단을 두어 방바닥 높이를 거실이나 부엌보다 높게 지었다. 심승희 청주교대 사회화교육과 교수는 저서 <서울 스토리>에서 “우리나라 주택은 근대 이전까지 농촌뿐 아니라 도시에서도 대부분 단층 형태였는데 2층 이상은 온돌 설치가 어렵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고 분석했다. 심 교수는 “우리나라는 산지가 많아 수평적인 건물이 음양 조화에 맞기 때문이라는 풍수지리적 설명도 있다”고 덧붙였다.

마포아파트는 당시 가장 편리한 주택이라고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홍보를 했지만 시민들에게 별 인기가 없었다. 당시로서는 익숙하지 않은 고층 주택이었고 연탄가스 위험이 상존한다는 소문도 악영향을 끼쳤다. 초기 입주율은 10%도 넘지 못했다. 주택공사가 이런 소문을 잠재우고자 동물실험을 하고 현장소장이 직접 하룻밤을 자면서 이상 없음을 홍보하는 일까지 벌였다. 그 뒤로 동부이촌동의 공무원아파트(1966년), 서울시민아파트(1966년) 등이 건설됐고 공무원 등이 대거 입주하면서 사회적인 인식도 조금씩 바뀌어갔다.

1970년대 들어 영등포와 한강 일대 개발이 시작되면서 아파트 건설도 본격화됐다. 동부이촌동 한강맨션(1970년), 여의도 시범아파트(1971년), 구반포주공아파트(1971년), 압구정 현대아파트(1975년), 잠실지구(1976년)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한강 제방 기능을 겸한 강변도로 건설로 얻어진 매립지에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는 방식이었다.

1970년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건설된 데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단독주택은 일정 규모의 땅에 한두 채씩 지어 팔수 있지만 아파트는 최소한의 대지 위에 수백, 수천 가구에 달하는 대규모 개발이 가능했다.

현대, 삼호 등 당시 굴지의 대기업들이 아파트 건설을 통해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며 덩치를 키워나갔다. 이에 대해 <아파트 공화국>의 저자 발레리 줄레조는 “서구의 아파트가 주로 노동자를 위한 국민주택으로 기획됐다면 한국의 아파트는 독재정권이 재벌과 손잡고 이루어낸 한국적 발전모델의 ‘압축적 표상’이다”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1970년대 압축적인 경제성장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중산층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들을 만족시킬만한 생활 환경에 투자할 여력이 없었다. 결국 아파트가 그 역할을 맡게 된다.

아파트 단지는 단지 밖의 서울과 달리 녹지대와 놀이터를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주차공간까지 확보한 ‘다른 세상’이었다. 정부가 아파트 단지 진입을 위한 간선도로만 확보해주면 건설사가 알아서 이런 공간을 마련했다. 결국 정부로서는 꿩 먹고 알 먹는 셈이었다. “미국, 영국 등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20~30년간 도시기반시설에 대해 대규모로 투자해 도시 어디서나 녹지, 생활체육시설, 도서관을 접할 수 있게 했다.” <아파트 한국사회>를 쓴 박인석 명지대 건축학부 교수의 설명이다. 박 교수는 “선진국의 경우 굳이 (한국처럼) 자족적인 환경을 갖춘 아파트 단지를 선호할 이유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 한강변 개발과 ‘성냥갑 아파트’의 등장



한강 조망권을 가진 지역에 아파트 건설이 본격화되면서 전통적인 풍수지리 개념과는 다른 개념이 적용되기도 했다. 강남 한강변의 아파트는 풍수에서 이상적으로 꼽는 배산임수(背山臨水: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는 지세)가 거꾸로 북쪽의 한강을 등지고 대모산·우면산 등 남쪽의 산을 바라보는 배수임산(背水臨山)의 지형이었다. 그런데도 배수임산의 아파트는 얼마 가지 않아 서울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가 됐다.

이에 대해 이정암 도선풍수명리학회장은 “가끔 강남의 일부 아파트가 무리하게 남향을 고집해 강을 뒤에 두고 산을 앞에 두는 경우가 있는데 이게 풍수에서 가장 피하는 배수진 입지”라고 말했다. 강을 등지고 남향집을 고집하느니 압구정 현대아파트처럼 강을 앞에 두고 북향을 택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박시익 명당건축사사무소 대표도 “남향집에 대한 집착은 잘못된 풍수 상식에서 기인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최고의 명당은 북향집인 전북 고창에 있는 인촌 김성수 생가”라고 사례를 들어서 설명했다.

서초구 반포동 주공 1단지나 래미안 퍼스티지도 비슷한 사례다. 풍수에서 꺼리는 ‘반궁수(反弓水)’ 지세이기 때문이다. 반궁수 지세는 강을 향해 움푹 들어간 지형을 말한다. 한 풍수 전문가는 이를 “화살이 나를 향하는 것처럼 위험한 형태”라고 설명했다.

이런 풍수를 안고 있는 집에서는 재산이 빈궁해진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주공 반포 1단지나 래미안 퍼스티지는 보란듯이 강남에서도 가장 인기가 높은 아파트 중 하나로 꼽힌다.

1970년대 이후로 아파트 건축 구조와 관련해서도 몇 가지 큰 변화가 생겼다. 대표적인 것이 중앙난방이다. 동부이촌동 한강맨션(1970년)은 처음으로 온돌방이 없이 집 전체에 라디에이터 난방을 설치하는 중앙난방식 시스템이 적용됐다. 반포주공1단지(1971년)도 안방에만 온돌방을 설치하고 나머지 방과 거실은 모두 라디에이터를 사용했다. 이 시대 가장 중요한 변화는 ‘판상(板狀)’형 아파트, 소위 ‘성냥갑’ 아파트의 보급이다.

이러한 아파트 설계는 풍수지리의 조건과 관계가 깊다. 모든 아파트 세대가 남향을 바라보며 고르게 일조권을 확보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남향 아파트에 대한 선호가 뚜렷해지면서 과거에는 없던 논란도 벌어졌다. 1986년 7월 주택공사가 강동구 고덕동 주공9단지를 분양하면서 남향에 당첨된 180가구에 동향·서향 입주자보다 분양가를 160만원 가량을 더 받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당시 31평형 아파트 분양금이 3271만원이었는데 이들 남향 세대에는 3435만 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주택공사 측은 이후 “(논란을 없애기 위해) 앞으로 전 세대를 남향 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 시기부터 신문에 등장하는 분양광고를 살펴보면 ‘전 세대 남향 배치’라는 문구가 강조된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남향’을 집착하다 보니 일각에서 효율적인 건축의 여지가 좁아진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2000년대부터 주상복합아파트를 중심으로 ‘Y’ 또는 ‘T’자 형태의 이른바 ‘타워형’ 아파트가 대거 도입됐다. 초고층 아파트 건축 경쟁에 따른 결과였다.

고층아파트의 시초를 꼽으라면 1970년에 12층으로 지어진 여의도 시범아파트단지다. 1976년에는 잠실 주공5단지가 15층 아파트로 지어지면서 고층아파트의 상징이 됐다.

1980년대 중반 목동신시가지 단지에서 16층 이상 아파트가 건설되면서 ‘고층=15층’이라는 공식이 깨지더니 1990년대 들어 분당·일산 등 수도권 5개 신도시의 건설과 함께 20층 이상 초고층 아파트가 보편화됐다.

2000년대에는 주상복합아파트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42~69층)가 등장했다. 이를 계기로 재개발·재건축아파트 사업에서 30~40층 계획이 일반화됐다. 2009년 7월에는 아예 건축법시행령에서 초고층을 ‘50층 이상이거나 높이 200m 이상’으로 규정했다.


| ‘부의 상징’ 초고층 아파트의 시대 개막



이 같은 초고층화 추세로 ‘탑상(塔狀)’형, 이른바 ‘타워형’으로 불리는 아파트가 증가했다. 한 동의 모든 가구가 한쪽 면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3~4개 면을 바라보도록 지어진 형태다. 이는 건축 기술상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송호재 서울시 주택정책과장은 이와 관련해 “초고층 아파트를 과거처럼 성냥갑 형태로 지으면 건물의 균형을 잡기가 어려워진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남향집을 늘리기 위해 남동향과 남서향 배치가 일반화되기도 했다.

실제로 한국토지주택공사 설계지침에는 아파트 방향이 ‘정남을 기준으로 동쪽으로 60도, 서쪽으로 45도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런 이유로 성냥갑 아파트가 다시 재조명을 받고 있다. ‘Y’자와 ‘T’자형으로 지어진 탓에 같은 동이라도 일부 구역은 북향이거나 서향이기 때문이다. 또한 일부 ‘ㅁ’자로 지어진 타워형은 창문이 한 방향으로만 있기 때문에 통풍이 쉽지 않은 문제도 있다.

반대로 성냥갑 아파트는 남향 배치가 쉽고 앞뒤로 창문이 있어 환기가 우수하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현대건설이 서울 은평구에서 청약을 받은 ‘힐스테이트 녹번’은 같은 전용면적 (59㎡·84㎡)이라도 판상형이 더 인기를 끌었다. 판상형인 A타입은 39.8대 1(59㎡)과 8.26대 1(84㎡)의 경쟁률을 기록한 반면 탑상형인 B타입은 12대 1(59㎡)과 4.59대 1(84㎡)에 그쳤다.

일반적으로 한국은 좁은 국토 때문에 고밀도로 개발하는 고층아파트 건설이 불가피한 면도 있다. 세계은행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5년 현재 한국의 인구밀도는 513명/㎢으로 세계 21위다. 대만(639명/㎢)보다는 낮지만 세계적으로 인구밀도가 높은 편에 속하는 네덜란드(402명/㎢)나 일본(337명/㎢)보다는 높다. 하지만 도시의 인구밀도로 세분화하면 상황은 조금 달라진다.

서울의 인구밀도는 1만7255명/㎢인데 프랑스 파리(2만1498명/㎢)와 모나코(1만8239명/㎢)보다는 낮은 수치다. 미국 뉴저지의 유니온시티(2만4명/㎢)보다도 낮다. 유럽과 미국에는 서울보다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가 17곳이나 된다. 송호재 서울시 주택정책과장은 “하지만 이들 도시 가운데 서울처럼 15층 이상 아파트가 주택의 절반을 차지하는 곳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도시 개발로 초고층 아파트가 대량으로 건설되는 화성(709명/㎢), 김포(811명/㎢) 등 지방 도시의 인구밀도는 1000명(1㎢당)에도 못 미친다. 이 도시는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꼽히는 프라하(2545/㎢)나 스톡홀름(4638/㎢)보다도 인구밀도가 낮은 수준인데도 말이다. 박 교수는 “고밀도 개발이 반드시 고층개발일 필요는 없다는 것은 건축계의 상식”이라며 “5~6층 건축물이 대부분인 파리의 건축밀도가 한국의 신도시 초고층 아파트 단지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결국, 서울을 비롯한 국내의 도시에서 고층 아파트가 많아진 것은 국토가 좁아서라기보다 용적률을 300%, 500%로 올려 초과이윤과 땅값을 높이려는 한국 특유의 ‘건설경제’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이 같은 고층 아파트 건설이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국 주택보급률은 2008년 100%를 넘어섰다. 2015년 현재 주택보급률은 103.5%다. 일각에서는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섰으니 아파트에 대한 수요도 줄어들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본은 1960년대 말 주택보급률 100%를 달성했지만 그 후로도 주택건설이 계속되어 현재 주택보급률이 115%에 이른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 비해 10%가량 초과 공급된 셈이다. 만약 일본처럼 주택 건설을 지속한다면 우리나라는 아직 420만호를 더 지을 수 있다.


| ‘더 넓게, 더 밝게’ 한국인의 주거 취향



최근 아파트 관련 기사를 읽다 보면 ‘2베이’, ‘3베이’ 등의 단어가 등장하곤 한다. 베이는 쉽게 표현하자면 발코니(베란다)를 향해 지어진 공간의 수다. 만약 발코니를 향해 방 1개와 거실이 있다면 2베이다. 최근 건설된 아파트에서 가장 많은 형태는 방 2개와 거실이 있는 3베이다. 전면의 발코니가 길어지게 되는 구조다.

한국에서 지어진 아파트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전면 폭이 길다는 것이다. 즉 앞에서 볼 때 옆으로 긴 형태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한국 못지않게 아파트가 많은 일본의 경우 전면 폭은 좁고, 대신 앞뒤로 긴 형태다. 우리나라와는 정반대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 1차적으로는 남향에 대한 욕구 때문이다. 되도록 많은 공간이 남쪽을 바라보게 해 햇빛을 받게 하려는 시도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의 아파트가 넓고 밝아 보이는 이유다. 반면 미국과 일본의 아파트는 전면 폭이 좁아 발코니 면적이 좁은 대신 집 안에 길게 복도가 생긴다”고 말했다.

하지만 더 큰 이유가 따로 있다고 한다. 발코니를 둘러싼 ‘꼼수’가 그것이다. 발코니는 건물 외벽에서 돌출시킨 구조물이다. 건축법상 바닥면적에서 제외해주기 때문에 일종의 보너스 공간이다.

당초 건축법은 일정 높이 이하만 난간이 있고 그 위는 아무것도 없이 개방된 발코니만 바닥 면적에서 제외해줬다. 하지만 1986년 ‘외벽으로부터 1.2m까지는 발코니 면적을 바닥면적에 산입하지 않는다’고 건축법이 개정된 뒤로 발코니를 막아 실내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2005년 12월에는 다시 ‘발코니는 필요에 따라 거실·침실·창고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발코니를 실내 주거공간으로 전용하는 것을 공식 허용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발코니 면적이 많으면 집도 넓힐 수 있게 됐다. 2014년 7월 완공된 신당동 A아파트의 경우 전용면적은 60㎡지만 발코니 면적은 38㎡이다. 보통 24평 아파트라고 불리는 면적인데 발코니 면적을 더하면 36평으로 50%가 늘어나게 된다. 전용면적의 절반 정도가 보너스로 주어진 경우다. 발코니 면적을 넓히기 위해 최근에는 침실 3개 전부를 전면에 배치한 ‘4베이’ 형식의 아파트도 등장한다. “새로 짓는 아파트는 내부 공간이 크게 나온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발코니 공간을 넓힌 만큼 단점도 생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발코니 면적이 커지면 결국 녹지가 축소되는 등 옥외 공간의 환경이 악화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부분에 대해 잘 모른다”고 덧붙였다.

최근 들어 아파트들이 초고층화로 치닫는 이유도 그런 이유에서다. 아파트의 전면 폭을 길게 확보하면서 동시에 단지 내에 녹지와 놀이터 등 휴식 공간을 확보하려면 결국 고층 아파트를 지을 수밖에 없다. 박 교수는 “유럽과 일본 아파트가 한국처럼 ‘넓고 밝은 집’을 만들지 않은 것은 고층화라는 대가를 치르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서울을 비롯해 각 지방의 도시계획에서 이 부분을 재고해야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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