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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전차 T-14 아르마타, 포 장전·발사 완전 무인화 눈앞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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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9호 4 면

로봇 병사는 위험한 임무를 마다하지 않는다. 인간 병사가 하기 힘든 극한의 임무도 맡을 수 있다. 다양한 지시를 동시에 수행할 수도 있다. 별도의 교육이나 훈련비용도 들지 않는다. 인건비보다 적은 구매와 운용 비용으로 여러 가지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로봇 전쟁이 미래 전쟁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것으로 전망됐던 이유다. 이제 로봇을 앞세운 미래전은 우리 눈앞에서 실제로 현실화하고 있다. 군 작전의 신속한 로봇화는 미래전을 현대전으로 만들고 있다. 우리 눈앞에 다가온 군사 로봇의 현 상황을 알아본다.


군사 로봇 분야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전투용 로봇 플랫폼’이라고 불리는 차량형 군사 로봇이다. 기존의 전차·장갑차·수색차량 등이 무인화한 무서운 무기체계다. 러시아는 현재 최신 전차인 T-14 아르마타를 로봇화·스텔스화·융복합화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전차는 처음부터 미래전쟁을 염두에 두고 개발했다. 전차포 장전과 발사를 자동화·무인화했다. 포탑에는 아예 전차병이 타지 않는다. 전차 상부의 기관포도 무인·자동화됐다. 전차병은 장갑이 튼튼한 앞부분에 설치된 별도의 방호 캡슐 안에서 조종을 한다. 따라서 전차가 적의 포탄이나 대전차미사일에 피격돼 가동하지 못해도 승무원들이 생존할 확률은 상당히 크다. 여기에 전차 기동이 대부분 자동화됐기 때문에 승무원 대신 원격조종이나 자율운행으로 바꾸기가 쉽다. 아르마타는 로봇·스텔스·융복합 전차로 개조하기 쉽게 설계됐다.


러시아군은 아르마타는 물론 표준 주력 전차인 T-90까지 로봇화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전차보다 로봇화가 쉬운 장갑차의 개조는 이미 본격 궤도에 올랐다. 이미 BMP-3 궤도형 보병전투장갑차를 무인 로봇화한 우다르를 개발했으며 좌우 각각 8개의 바퀴가 달린 차륜형 장갑차 BTR-90 로스토크를 무인 로봇화한 병력수송 장갑차 크림스트도 내놨다. 하나의 섀시로 다양한 로봇 차량을 생산할 수 있는 범용 장갑 로봇 플랫폼 URG-01G도 개발했다. 시리아에서는 신형 전투 로봇인 플랫폼-M과 우란-6, 우란-9 등이 실전을 통해 로봇전쟁 기술을 단련하고 있다. 러시아에 로봇전쟁은 이미 현대전의 일부다.


세계 최대의 인구에 최다 병력을 보유한 중국도 군용 차량의 로봇화에 열중하고 있다. 기존 주력 전차를 포함한 무인기갑차량을 연구개발하면서 무인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병력수송장갑차 ZSD-63을 무인 로봇화한 자율장갑전투차량을 개발했다. 경량의 공수용 장갑전투차량도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하늘에서 낙하산으로 지상에 떨어진 무인기갑차량이 자율주행하면서 지역 내 적과 교전하는 시대를 앞두고 있는 것이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12구경 산탄총으로 무장한 감시정찰 및 전투임무용 신형 무인지상차량인 배틀 로봇과 7.62㎜ 기관총이 장착된 샤프클로1과 샤프클로2 무인 로봇 장갑차를 공개했다. 이스라엘은 무인 로봇 지상차량을 개발해 24시간 상시적 국경경비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병사들의 야간근무를 크게 줄여 전투훈련에 전념할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하고 있다. 휴전선과 그 주변에 수많은 병력과 장비가 밀집된 한국에서 개발이나 도입을 검토해볼 만한 대상이다.


군사용 로봇이 새로운 군사적 용도를 발견한 분야의 하나가 무인자율호송이다. 민간업체에서 무인차나 드론을 활용해 무인택배를 시도하고 있는 것처럼 군사 분야에서도 비슷한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군수업체 록히드 마틴이 개발한 미국의 군사용 자율주행 로봇 차량 SMSS(분대 작전 지원시스템)는 산악지대 같은 험지에서 500㎏ 이상의 분대 장비를 운반할 수 있다. 순항거리가 200㎞인 SMSS는 이미 아프가니스탄에서 40건이 넘는 작전을 수행했다. 미군에 군사 로봇을 활용한 무인 호송은 이미 현대전의 일부다.


SMSS와 무인 헬기인 K-맥스를 동시에 동원한 정찰감시 표적확보 훈련도 이미 시행 중이다. 군사 로봇을 하늘과 지상에서 동시에 활용하는 합동작전에 이미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카네기멜런대학과 헬기로 유명한 시콜스키사는 무인지상차량과 협력해 자율적으로 작전을 펼치는 무인자율항공기를 설계하고 있다. 하늘에서 목표물을 발견하고 지상 무인차량에 알려주면 이를 무력화하는 것은 기본이다. 공중과 지상의 동시합동작전도 가능하다. 무인지상차량이 탄약과 장비를 전방의 군인들에게 운반하는 동안 적이 나타나면 차량의 기관총이 불을 뿜으며 자신을 방어하면서 동시에 하늘에 떠 있는 무인헬기에 지원을 요청한다. 이를 접수한 무인헬기는 원격조종 없이 자율적으로 목표물에 헬파이어 미사일을 발사해 무인차량을 공격하는 적을 제압할 수 있다. 인간의 개입 없이 지상과 하늘의 로봇이 자율적으로 서로 다른 병과가 합동전투를 벌일 수 있는 세상이 눈앞에 온 것이다.


군사 로봇은 군인들의 육체적 부담을 줄여 전투력을 높여준다. GDLS사는 최근 무인지상차량 뮤트를 선보였다. 분대당 2대씩 운용해 차량이 갈 수 없는 길을 행군하는 병사들의 완전군장 무게를 줄여준다. 전장지원 로봇 베어는 탄약을 실어 나르고 순찰병의 짐을 대신 날라 주고 위험지역에서 사상자 후송 작업을 ‘알아서’ 자율적으로 한다.


중국도 이 분야에서 만만치 않은 실력을 보여준다. 북방공업사(노린코)는 2014년 장갑무인지상차량인 샤프클로2와 최고 8명까지의 병력을 자율 수송하는 무인지상차량 CTSUMP(임무지원무인이동플랫폼) 시제품을 공개했다. 독특한 점은 미국의 SMSS와 외형과 임무가 거의 같다는 사실이다. 군사 로봇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의 단면을 보여준다. 샤프클로는 로봇 운송에 사용된다. 로봇 차량이 자율적으로 군사 로봇을 운반하는 시대가 다가왔다.


기존의 유인차량에 장착해 무인차량으로 바꾸는 로봇화 부가장비 패키지의 개발도 착착 이뤄지고 있다. 미국 육군이 록히드마틴과 공동으로 개발한 AMAS(자율기동부가체계)는 거의 모든 기존 군용차량을 무인 로봇처럼 운용하게 해준다. 장착만 하면 유인차량을 무인차로 바꿔주는 부가장비 패키지다. 미군은 이를 장착한 다양한 모델의 차량 대열을 실제 운행 환경에서 자율운행시킨 결과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 미 해병대는 별도로 화물수송 무인차량시스템인 테라맥스를 시험하고 있다. 미군 내에서도 서로 군사 로봇 관련 기술 개발 경쟁이 한창인 셈이다. 재정 문제로 국방 예산을 대거 삭감한 영국의 미라사는 기존의 기갑차량에 장착하면 자율순찰 능력이 부여되는 장비를 개발해 유인 장갑차 쿠거 등에서 활용하는 전술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이스라엘 엘비트사가 개발한 무인로봇 수상함인 시걸에서 어뢰가 발사되고 있다. [사진 엘비트]

바다에서도 로봇 군함이 등장했다. 이스라엘 엘비트사가 개발한 무인로봇수상함인 시걸은 중기관총과 어뢰로 무장하고 있다. 최근 흔들리는 배 위에서 어뢰를 무인 발사해 정확히 명중시키는 실험에도 성공했다. 해로를 통해 은밀하게 침투하는 소형 선박을 탐지하고 무력화하는 데 큰 효과가 있다.


인간 모양을 한 고지능 휴머노이드 전투 로봇도 가시화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 나가는 나라는 러시아다. 러시아의 사이보그 전투 로봇은 지난해 원격제어 실험에서 4륜 바이크를 몰고 정해진 코스를 주파하고 목표물을 향해 권총을 발사해 명중시키는 등 자율전투 기능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러시아는 험하고 열악한 조건에서 인간을 대신해 작전을 벌일 수 있는 인간형 로봇 ‘아바타’도 개발 중이다. 구조작업 지원용이라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전투임무 수행이 가능하게 설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세계 최초의 2족 인간형 로봇 펫맨을 시험용으로 설계했다. 팔다리가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이 특징이다. 미 해군은 휴머노이드 로봇 사파이어를 개발해 시험 중이다. 키 1m78㎝, 무게 64.8㎏으로 배터리로 구동된다. 소방, 사고 현장 투입, 일상적 점검 임무용으로 개발돼 높은 수준의 자율성을 확보하고 있지만 원격제어도 가능하다.


시각적으로 특이한 것은 4족 로봇이다. 모습대로 말이나 개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로봇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빅독이라는 이름의 4족 운반 로봇을 개발했다. 험한 지형에서 최대 154㎏의 짐을 싣고 시속 11㎞의 속도로 이동할 수 있다. 대형인 LS3는 2m 길이에 390㎏의 무게로 산악 지형과 같은 험지에서 분대의 탄약과 장비 180㎏을 싣고 한 번에 32㎞를 이동할 수 있다. 작전을 펼치는 분대원들을 따라 반자동으로 이동한다. 인간 병사와 로봇 개의 합동 작전은 이미 현실에서 이뤄지고 있다. LS2는 이미 지난해 7월 초 환태평양 연합군사훈련에 참가해 활약했다. 기동성과 짐 운반 능력에서 유용성이 입증됐다. 문제는 가솔린 구동 엔진의 소음 때문에 전술적 운용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빅독을 경량화한 전기 구동식 스폿을 개발해 2015년 2월에 공개했다. MIT가 개발한 4족 로봇 치타는 실험용 트레드밀에서 20㎞ 구간을 달리면서 최고 시속 45.54㎞를 기록했다.


중국은 4족 보행 무인지상 로봇 2종을 이미 공개했다. 2011년 무게 55㎏의 프로그를, 2014년 9월에는 수송 정찰 전투 기능을 갖추고 산악지역 재난구호도 가능한 MQBMP를 공개했다.


러시아는 빅독과 비슷한 4족 로봇 라이스를 개발 중이다. 기관총을 탑재해 전투까지 벌일 수 있는 6가지 버전을 동시에 개발 중이다. 2019년 상반기까지 개발이 완료될 계획이다.


군사 로봇의 진화는 어디까지 계속될 것인가. 앞으로 인공지능(AI)과 결합하면서 단순한 도구 수준을 훌쩍 뛰어넘어 인간에 필적하는 능력을 가진 존재로 진화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미국 육군은 로봇이 인간의 지시만 따르는 도구적 차원을 넘어 인간과 상호 협력하는 동료이자 팀의 필수 구성원으로 간주하고 있다. 인간이 일일이 지시하지 않아도 군사 로봇이 자율적으로 행동하며 작전을 수행하는 것은 기본이다. 미국은 로봇이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 유지하거나 업그레이드하는 능력까지도 갖게 되는 미래전을 구상하고 있다. 인간 동료의 시각이나 몸짓 명령을 알아채 반응하는 것은 물론 자율적으로 작전 명령을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의 소트프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로봇이 급박한 전쟁터에서 인간과 상호 반응하며 작전 협력하는 수준까지 발전하는 시대가 머지않아 열릴 것으로 예상하는 배경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현대전은 이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다양한 병과와 무기체계가 하나처럼 움직여 시너지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 따라서 군사 로봇이 전쟁터에 배치되면 로봇과 인간 병사, 로봇과 유인지상차량, 로봇과 유인항공기, 로봇과 로봇 간의 통신과 상호 정보교환 및 공유 네트워크 가동이 필수적이다. 피아를 구분하고 합동작전을 펼칠 수 있도록 통신이나 정보 프로토콜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동맹국 로봇과의 상호 운용성 확보도 중요하다. 이런 로봇과 인간의 합동작전을 도와줄 지리공간 데이터, 데이터베이스, 클라우딩 컴퓨터와의 연결 등 민간 디지털 분야에서 활용되는 다양한 정보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군사 로봇이 더욱 지능적이고 자율적이며 효율적으로 가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런 네트워크의 보안을 지키는 정보보호 체계도 개발돼야 한다. 적이나 극단주의 세력이 군사 로봇을 해킹하면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로봇 병사 시대의 개막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 휴먼라이트워치와 국제앰네스티는 이를 ‘자율킬러 로봇’이라고 부르며 로봇 병사의 살상능력을 경계한다. 이들은 “군사 로봇이 국제인권법에 위배된다”며 개발·비축·이전·배치·사용에 대한 금지 조치를 개발 전에 선제적으로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개별 국가나 국제기구 차원에서 자율 로봇에 의한 살상의 최종 책임 소재와 이로 인해 제기되는 법적·도덕적 문제에 대응하거나 관련 제도를 확립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로봇 병사가 전쟁 도구로 손쉽게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한 분쟁의 증가도 우려되는 실정이다. 이런 우려를 극복하고 군사 로봇이 어디까지 진화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채인택 논설위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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