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소에 날아든 "합격" 통지-중대 의예과 지망 여의도고 김민관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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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합격발표 사흘을 앞두고 이승을 떠난 김민관군. 선천성 허약체질로 고생하면서도 명랑한 성품을 잃지 않아 친구도 많았다.
『민관아, 그토록 가고 싶어하던 의과대학에 들었는데 너는 어디로 갔느냐.』
어머니는 울음을 삼켰다.
아버지의 눈에서도 눈물이 뚝뚝 떨어겼다. 중3의 여동생, 중1의 남동생도 엄마의 손을 붙들고 함께 흐느꼈다.
중앙대 합격자 발표가 있던 22일. 의예과에 지원해 당당히 합격의 영광을 안은 김민관군 (18· 여의도고3년)의 집. 온가족이 기뻐 날뛰어야할 합격소식에 울음을 터뜨리며 비탄에 잠겼다.
정작 기쁨의 주인공이어야할 민관군이 뜻밖의 병으로 19일 수술을 받고 숨져 합격소식은 영전에 바쳐지게 된것이다.
『꼭 의사가 돼서 저같은 허약한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는데….』 어머니 장정숙씨 (42)는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민관군은 태어날때부터 상처가 나면 상처사이로 살이 혹처럼 튀어나오는 희귀한 체질. 부딪치기만 해도 시퍼렇게 멍이 드는 특수한 체질로 고생해 왔다. 버스를 타고 밖에 나갔다 오면 초저녁부터 잠을 자야할 정도였다.
대학입시 예비소집일인 지난 12일부터 민관군은『배가 아프다』고 했다. 논술고사를 치르는 13일 아침에는 아버지 김정호씨 (45· 사업)가 차를 태워 시험장에 데려다 줘야 했다.
논술과 면접을 끝낸뒤 배를 움켜쥐고 돌아온 민관군을 데리고 어머니 장씨가 간 병원만 4군데.
한결같이 장염 또는 방광염이라는 진단과 함께 주는약을 먹었으나 민관군은 갈수록 아파했다.
견딜수 없는 통증으로 몸부림치는 민관군을 데리고 중앙대 부속병원에 도착한 것은 19일 상오7시.
이때는 이미 민관군의 증세는 돌이킬수 없을 정도여서 6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았으나 결국 숨졌다.
병명은 「장파열로 인한 패혈증」.
어릴때부터 허약했던 민관군은 자신과 같은 처지의 환자들을 치료해 보겠다는 생각에서 이번 입시에서 중앙대 의예과를 지망했다. 1,2,3지망 모두 의예과.
민관군의 성적은 학력고사 2백90점에 내신6등급.
내신성적이 유난히 떨어진 것은 몸이 약해 1백m 달리기도 제대로 못해 체육과 교련에서 미와 양을 받았기 때문.
체격이 작고 몸은 약했지만 맑고 명랑한 성격탓에 친구는 많았다.
민관군에게 온 친구의 편지중에는 『귀찮은 질문에도 늘 싫은 기색없이 대답해줘 고맙다』는 내용의 카드도 들어있었다.
민관군의 장례식때는 친구들이 몰려와 관을 메고 민관군의 명복을 빌었다. 못다이룬 민관군의 꿈을 대신 이루어주겠다고 다짐하면서.
『민관아, 채 피기도전에 스러진 너의 영혼이 합격소식으로 작은 위안이라도 받기를 빈다』합격소식에 친구들은 다시 명복을 빌고 있었다. <김두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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