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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산업의 총아" 메거D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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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반도체의 메가D램 시대가 열린다.
미래 전자산업의 총아로 군림하게 될 메가D램 개발의 현장에서는 오늘도 ,기술진들이 땀을 흘리고 있다.
정부의 「2000년을 향한 과학기술발전 장기계획」 에서 개발계획 제1군의 제1번 타자로 예시된 반도체는 가장 빨리 선진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새해들어 국내 각 전자업체들이 부쩍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삼성반도체통신(주) 기흥공장 (경기도용인군기흥면) 반도체 연구소 메가라인.
반도체연구에 매달리고 있는 연구원 5백39명중 4O여명이 한팀으로 1메가D램개발에 투입돼 휴일도 없이 활기차게 움직이고 있다. 정교한 마이크론의 세계를 사는 사람들이다.
건평 2천8백평, 3층규모의 메가라인동은 지난해 10월 완공, 1메가D램급 이상의 최첨단 반도체 칩을 생산할 수 있는 초미세 가공설비를 비롯해 반도체 신소재인 갈륨-비소(Ca-As)등의 개발과 마스크 (반도체 소자회로가 인쇄된 석영유리원판)의 완전자체 제작시설등을 완비해 다음세대 첨단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제 메머리 (기억) 반도체는「킬로비트」 에서 「메가비트」 의 초VLSI시대의 원년에 접어들었다.
이 메가비트 반도체 회로설계의 주역 박용의박사 (39·삼성반도체 통신이사) 의 안내로 연구동에 들어섰을때 엄청나게 청정한 실내의 노란색 전등아래 흰색 방진복을 입은 연구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구동 전체의 청정도는 「클래스 10」 이하. 즉 1입방피트당 O·2마이크론의 먼지가 10개이하여야 한다.
이중 가장 청정한 곳이 마스크를 제작하는 전자빔 노광실. 소수점 이하의 마이크론 단위 (1천분의1mm) 먼지만 있어도 마스크에 흰점이 나타나므로 실내는 「클래스1」 이하, 즉 1입방피트당 O·2마이크론의 먼지가 1개도 있어서는 안될 정도로 청정을 유지해야 한다.온도는 섭씨22도 ±O·l도를 유지해야 한다.
전자빔 노광실의 주인공은 마스크 제작의 최첨단 기계인 일렉트론빔 (EB). 지난해 l2월초 미국에서 고가로 들여온 노광방식 초미세 가공시설의 총아다. 전자빔으로 석영유리의 마스크에 반도체 회로를 그린다.
미국에서 1백대정도 제작돼 미국에 4O대, 일본에 35대, 유럽에 2O여대가 팔렸다.
정수홍 마스크설계실장 (31)등 7명이 이 마스크실에서 EB와 일렉트론 콘솔룸 (전자조종실)에 매달려 장비성능을 측정하는등 보정작업이 한창이다.
너무도 정교한 기계이기 때문에 운반도 조심스러워 도입할때 김포공항에서 시속 15km로 천천히 운송했다. 진동·충격은 금물이기 때문.
설치한 뒤에도 내부압력을 10의 마이너스 7자승 토르(압력단위), 즉 진공상태로 유지하고 전원부순물을 1%이내로 유지하기 위해 특수시설을 설치했다.
마스크 설계실팀은 1월말까지 보정작업을 끝내고 2월부터 본격가동에 들어가게 된다.이를위해 초대형 컴퓨터도 곧 도입된다.
삼성반도체 통신의 1메가D램 개발은 이제 눈앞에 임박해있다.
내년에는 더욱 경제적인 1메가D램 출하에 주력,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인다.
박이사는 1메가D램의 회로선폭은 0·8∼1·2마이크론 (1천분의 0·8∼1·2mm)이라고 했다. 정실장에 따르면 EB는 이론적으로는 0·1마이크론, 실제로는 0.4마이크론까지 회로선폭을 그릴수 있다는것.
4메가D램의 회로선폭이 0·7∼0·8마이크론이므로 4메가용 마스크제작도 물론 가능하다.박이사는 『삼성의 자체기술로 반도체 회로설계와 마스크제작을 완전히 할수 있게 된것이 특기할만 하다』 고 했다.
1메가D램은 새끼손가락 손톱의 절반크기의 칩하나에 1백2만4천개의 기억소자가 있고 1만8천자, 즉 l6페이지 신문분량 만큼의 글자를 기억시킬 수 있는 것. 또 칩하나에 2백20만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어넣은 것과 같다.
반도체회로를 설계하는 연구소의 CAD실-.
50여명의 연구원이 마스크제작을 위한 회로설계에 여념이 없다.
1메가D램 제작을 위한 레이아웃은 65%이상 완료됐다.
12스테이션의 CAD기앞에서 설계된 회로를 패턴화하는 펀집작업을 하느라 부산하다.
한편 전자빔외에 새로운 방식의 마스크 제작설비로는 서독에서 개발된 신크로트론 (입자 가속장치) 방식이 있다.
종래의 것이 전자빔 노광방식이라면 이것은 엑스선및 레이저 노광방식을 택하는것. 화로선폭을 EB의 10분의 1인 0·05마이크론까지 좁히는게 가능하다.
그러나 반도체 양산에는 EB가 우수한 것으로 증명된 반면 신크로트론 방식은 양산체제에서는 성능이 아직 미지수다.
전자빔 노광실에서 반도체 회로의 마스크가 제작되면 사진실로 옮겨진다.
Ⅱ라인의 스테퍼-마스크를 실리콘 웨이퍼 (기판) 로 옮기는 작업을 하는 첨단기계다.
마스크를 5분의l로 줄여 투사한다. 사진현상작업과 비슷하다.
그옆의 얼라이너라는 기계는 마스크를 1대1로 웨이페로 옮기는 양산기계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 반도체칩이 만들어진다. 6인치짜리 웨이퍼 1장에서 나오는 완전한 칩은 약5백개. 수율 50%선.
삼성반도체 통신측은 1메가D램 개발작업과 함께 4메가D램 개발을 준비중이다. 세계 첨단기술의 개발속도는 그만큼 눈부시다.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에 뒤떨어져 버린다.
『보다 작게, 보다 빠르게』 -.
새로운 반도체개발을 위한 싸움은 끝이 없다.
정부의 계획으로는 2000년까지 256메가D램, 1기가롬까지 개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반도체 소재는 현재까지 실리콘이 주인공이다. 그만큼 반도체 소재로는 우수한 성질을 갖고 있다.
현재 많은 학자들이 실리콘재료로 64메가D램까지는 제작이 가능하지않나 보고 그 가능성을 연구중이다. 그러나 회로선폭이 0·5마이크론 이하가 되면 용액내에서 식각 (에칭) 을 해서 회로를 분리하는데 무리라고 보고 16메가D램까지가 한계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이때문에 새로 개발하고 있는 반도체 소재가 갈륨-비소다.
갈륨-비소는 전자의 이동속도가 5∼7배나 빠르고 소비전력의 절약효과가 크다.
또 열이나 우주선등 환경변화에도 강한 내성을 갖고 있고 고출력때 잡음이 적다는 장점도있다.
삼성반도체 통신연구소 2층 Ca-As라인에서는 이 신소재 개발이 한창이다.
김광교연구소장(46) 은 『현재 실리콘의 1%밖에 안되는 갈륨-비소의 수요가 2000년에 가서 20%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이 신소재는 작동 속도가 빠른 반도체나 우주통신등에 사용하게 될것이나 실리콘의 수요도 당분간 상당히 클것』 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갈륨-비소 소재도 곧 출하할 예정이다.
그러나 다음세대의 반도체 소재는 뭐니뭐니해도 조셉슨 접합소자. 90년대이후 컴퓨터나 반도체의 핵심을 이룰 것으로 전망되는 이소자개발에도 눈을 돌려야 할때다.
메가라인에서 뛰는 연구원들은 고생도 많다. 보통 자정까지 일하며 급한 일이 있으면 휴일도 없다. 1메가D램을 개발할 때까지 사생활도 반납됐다.
박용의박사는 『매일매일 기술적인 결단을 내려야 하는 벅찬 작업속에 소외감·고독감을 느끼지만 곧 다가오는 결실을 보람으로 삼고 오늘을 뛴다』 고 했다. 메가D램의 용도는 과연 무엇인가.
메가D램이 개발되면 컴퓨터의 경우 웬만한 사무실을 채우던 대형컴퓨터를 TV크기 정도로 책상위에 놓는 퍼스컴은 휴대용으로 줄일 수가 있다.
이른바 디지틀TV가 개발돼 훨씬 선명한 화면의 TV를 싼값에 살수있다.
영상을 기억해주는 TV도 등장, 필요한 정보를 수록해주고 담배갑만한 오디오세트도 등장할 것이다.
제5세대 컴퓨터개발에 결정적 역할도 한다.

<김광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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