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법원 "DMZ 고엽제 피해 인정 지역 대폭 넓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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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엽제에 의한 피해를 인정하는 지역을 대폭 넓혀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왔다. 고엽제는 1960년대 후반 비무장지대(DMZ) 인근에 살포됐다.

대전지법 행정2부(부장 심준보)는 고엽제 후유증 의심 환자 오모(68)씨가 “고엽제 살포 지역에서 복무한 사람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2000년 고엽제 후유의증환자 지원법(고엽제법)이 베트남전 참전자 외에 DMZ 지역 근무자들에게도 적용되도록 개정됐지만, 실제 보상은 미국 자료에 고엽제 살포에 동원된 부대로 명시된 육군 21사단 근무자들에 한정됐다.

1967년에 부사관이 된 오씨는 그해 11월 말부터 2주 동안 육군 3사단 소속으로 강원도 양구군 일대의 일반전초(GOP)·DMZ 경계 근무에 참여했다. 2004년 대표적 고엽제 후유증세인 악성 임파선 종양, 갑상선암 등이 발병한 오씨는 2012년부터 인천지방보훈청에 고엽제후유의증 환자 등록을 세 차례 신청했지만 모두 거부당했다. 육군 측이 오씨가 고엽제 살포 지역에서 근무한 것으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전지법은 육군 측 자료와 주한미군 보고 문서를 토대로 3사단 근무 지역에도 고엽제가 대량으로 살포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1999년 비밀에서 해제된 주한미군의 '초목통제계획'에는 67년 미군이 DMZ 제초작업에 육군21사단을 동원해 맹독성 고엽제 '모뉴론' 을 뿌렸다고 나와 있다. 육군 측 ‘고엽제 살포관련 확인결과보고’에는 같은 시기 3사단 관할의 GOP 전 지역에도 고엽제가 살포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기록돼 있다.

재판부는 “미군 기록에 21사단만 언급됐다고 다른 곳에 고엽제가 살포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다. 3사단 관할 지역에도 고엽제가 뿌려진 사실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을 대리한 법무법인 한승의 이유호 변호사는 "21사단 외 근무자에게 고엽제 피해를 인정한 첫 판결이다. 판결이 확정되면 고엽제후유의증으로 인정받는 사람이 크게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보훈당국이 적극적 보상조치에 나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재영 기자 yun.jae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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