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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사 절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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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소나기 개인, 하늘 무지개가 아니로다
옛 선비풍월 읊어 띄운 잎이 아니로다
이웃집 빌려 온 접시는 더더구나 아니로다.
가야금 삼기시고 금활자 짓던 그 슬기로
천년 이은 손때 입김 쐬고 다듬은 것
천하의 어느 구슬이 이다지도 옹골지랴.
치마끈 곱매듯이 지킬 것 매몰차도
흐르는 물결에는 거스르지 않는 여유
우리네 온갖 사연을 다 거두고 남느니.
만수산 드렁칡도 얽지 못한 일편단심
만월대 저녁답에 목동의 피리 소리
다정도 병되는 삼경 소쩍새가 울었다.
삭풍 부는 장백산 달 밝은 한산섬
동창엔 노고지리 강호엔 해오라비
동지달 기나긴 밤에 귀 세우는 신발소리.
벚나무 길길이 자라던 날의 아픔
가시울의 그믐달 사월에 진 꽃망울들
이 겨레 밟아온 자취 거울하여 뵈도다.

<약력>1928년 정읍출생, 57년 개천절 경축 제1회 전국 백일장 시조장원, 50∼65년 남성고. 전주고 교사, 81년 제3회 가람문학상수상, 시조집"백색부"(68년), "묵계"(74년)외 저서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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